농어촌公 ‘배째라’식 행정에...
농어촌公 ‘배째라’식 행정에...
남의 밭에 묻은 수로관 문제되자 ‘아니면 말고’식 대처 물의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09.0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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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농사만 지어온 안천목(74‧서산시 음암면)씨는 요즘 자신의 밭을 보면서 한숨을 짓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가 자신의 밭 한가운데에 묻은 150m 가량의 수로관 때문이다. 수로관이 지면과 비슷할 정도로 높아 수로관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농사를 지을 수 도 없게 됐고, 이 때문에 정상이던 밭도 둘로 쪼개지게 될 판이다 보니 상심이 크다.

화근은 농어촌공사의 요청에 구두로 수로관 매설을 허용한 것에서 비롯됐다. 원래 같은 자리에 있던 수로관이 낡아 밭에 물이 새는 등 문제가 있어 그동안 요구했던 수로관 교체공사였던데다 공기업에서 하는 일인 만큼 당연히 협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구두로만 수락했는데, 별다른 서류절차없이 무작정 공사를 강행해 멀쩡하던 밭을 망쳐 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농어촌공사는 공사실시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높은 수로관은 공사를 한 업체와 협의를 하라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이래저래 안 씨는 두 번씩이나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명확한 사용승낙 없이 남의 밭에 수로관을 묻었다가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대처, 물의를 빚고 있다. 안 씨는 물론 급기야 안 씨 가족들까지 민원제기에 나섰지만 농어촌공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안 씨의 사위인 정길영(49)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야 국가에서 하는 일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그러라’고 하겠지만 토지사용에 대한 어떤 서류절차도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은 남의 땅을 무단 점유한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농어촌공사는 구두로 토지사용승낙이 가능한 공기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되자 수로관이 묻힌 부분의 땅을 팔라고 하고 안되면 토지사용료를 주겠다고 하면서 고작 연간 3만여원의 사용료와 5년치 사용료 20여만를 제시하는 등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토지사용료 등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농사를 짓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서산‧태안지사 남명배 유지관리팀 직원은 “원래 수로관이 있었는데 수로관이 낡아 물이 샜고,서 밭으로 흘러드는 등 몇 해 전부터 안 씨의 민원제기가 있었는데, 예산이 없어 공사를 하지 못하다가 마침 인근에 도로를 내는 LIG건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토지주 허락만 있으면 해줄 용의가 있다고 해서 수로관을 교체하게 된 것”이라며 “당초 일시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주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해서 공사가 진행됐고 문서화는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철관으로 수로를 만들었는데 누수가 생겨 그 위에 콘크리트를 보강하다보니 수로관이 높아지게 됐다. LIG건설에서 그 부분을 인정하고 흙을 더 높여주겠다고 준비 중인데 소유주가 완강하게 나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LIG건설은 더 이상 협의가 안 되면 차라리 원상복구해놓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토지소유주인 안 씨에 수로관에 해당되는 땅을 팔던지, 아니면 비록 탁상감정가이지만 연간 3만6000여원의 사용료를 받던지, 또 당초대로 100만원을 받든지 등 세 가지 제안을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우리도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씨 가족의 말은 다르다. 사위 정씨는 “100만원 얘기는 처음부터 준다고 한 게 아니라 문제가 되니까 약속한 것이다. 또 땅을 일부만 팔면 완전히 반쪽짜리 땅이 된다. 흙을 갖다 부어서 땅을 높인다고 하는데 2~3년 지나면 다 쓸려 내려가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연간 3만여원의 사용료는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라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공기업이면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인정을 하고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 순리인데 오히려 '배째라'식으로 나오니 참으로 괘씸하다는 마음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차라리 원상복구를 해달라는 게 우리 가족들의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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