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가 돼버린 이석기 의원
독사가 돼버린 이석기 의원
[노트북을 열며] 한남희 사회팀장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9.0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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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희 사회팀장
대한민국 국가정보원발 광풍이 거세다. 대선 개입 혐의로 벼랑 끝까지 몰리더니 현직 국회의원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들고 나와 세상을 들어다 놨다하고 있다.

이런 싸움이면 진보당이나 국정원 둘 중에 하나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제 3당의 해체나 정보기관의 해체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프락치를 동원해 습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정원이 주장하는 이 의원에 대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진보당은 분명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반면 박정희 유신시절 ‘인혁당 사건과’(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2차 인혁당 사건)과 1980년 전두환 시절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간첩사건과 마찬가지로 조작극으로 밝혀지면 국정원은 어떤 벌로도 죄를 사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펴보자.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에서 ‘국정원과 경찰의 국선변호사 역할을 했다’라는 비판을 받은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일제히 보수언론과 합세해 ‘종북세력 척결’을 외치며 진보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이 ‘혐의만으로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사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통진당과 민주세력 대통합 기치아래 연대를 했던 민주당도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의 천칭이 보수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당장 김한길 대표부터 헌법을 부정하는 모든 세력과 싸우겠다며 직접적으로 진보당을 겨냥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천막 당사를 찾아간 진보당 김미희 의원을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결국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도 합의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지난 민주세력 연대까지 ‘잘못된 만남으로 진작 청산했어야 했던 것’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참 편하고 쉽다.

대부분의 언론과 많은 국민들도 이미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을 음모한 빨갱이’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 의원이 좋아했던 사자성어 ‘이민위천(以民爲天)’과 ‘혁명’ 등의 단어는 그에게 종북 낙인을 찍는 좋은 소재를 떠나 혐의를 입증하는 물증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똑같이 사용했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 이 의원은 좋은 물을 마셔도 독만 만들어 내는 뱀이 되고 말았다.

이 의원은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1년 안에 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인혁당 사건의 경우처럼 수십 년이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재보선이 있다. 지금 상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이 여파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미칠 것이 뻔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가 모욕적인 조사를 받을 때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조차도 그의 편에 있었던 소위 진보라 자청했던 언론도 나중엔 그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때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석기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다. 동네 어린 여자아이를 폭행한 폭행 용의자가 아니다. 설령 그가 평소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았던 품성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동안 바르지 못한 품행을 갖고 있었던 국정원을 감안해 섣불리 재단하지 말자. 이 의원이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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