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김규동 作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김규동 作
[詩 읽는 아침] 김영수 사무총장
  • 김영수
  • 승인 2013.09.08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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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네가 왔더라
스무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럼, 그저 울기만 하더라
목놓아 울기만 하더라
네가 어쩌면 그처럼 여위었느냐
멀고먼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
네가 날 찾아 정말 왔더라
너는 내게 말하더라
다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눈물어린 두 눈이
그렇게 말하더라 말하더라

금새 끝나리라고 막연하게 믿고는 “잠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생이별 한지가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잠깐은 이렇게 길고도 멀기만 합니다. 세상이 좋아서 못가는 데가 없는 이 문명시대에 지척에 두고 갈 수 없는 땅, 길게 늘어진 그러니까 249.448km에 처져있는 보다 더 높은 철책인 이념이 떡 가로 막고 있습니다. 두 동강 난 반도를 넘나드는 바람과 새들만 자유로울 뿐. 만물의 영장이라는 더군다나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은 한시도 쉴 틈 없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하고 두꺼운 불신으로 막혀 있는 이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다는 분단의 비극, 툭하면 네가 틀렸느니, 내가 잘했느니 하면서 티격태격 싸움을 넘어서 이제는 ‘불바다’니 ‘핵’이니 무시무시한 말이 건네어 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민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이념보다 훨씬 진합니다. 그 어머니를 만나게 해준다는 것이 정치의 흥정거리가 되어선 안 됩니다. 그 숭고한 사랑을 어떤 철벽으로도 막아선 안 됩니다.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대승적으로 일 년 내내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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