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도 뚫린다, 송유관 전쟁
막아도 뚫린다, 송유관 전쟁
송유관 기름도둑 갈수록 늘고 지능화... 처벌강화에도 근절 안 돼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9.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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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희 기자]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빼가는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16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이른바 기름절도, 도유(盜油)에 유압계와 대포폰, CCTV를 동원하는 등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실업률 증가 등 국내 경기는 안 좋은데 기름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한탕주의가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이다.

송유관이 무엇이기에
송유관은 ‘석유 배달을 위한 땅 밑 고속도로’라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울산, 여수 등 5개 정유공장에서 전국 대도시와 공항 등을 연결하는 1208㎞ 규모의 송유관이 있다. 군용까지 합하면 1,311㎞에 달한다.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 경질유의 연간 국내 총 사용량 2억5000만 배럴(Bbl)중 53%인 1억3300만 배럴이 송유관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 1일 평균 유조차 7113대가 운송해야 하는 분량이다.

이 관을 운영하는 곳이 대한송유관공사다. 공사에 따르면 송유관에 구멍을 내 기름을 훔치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기름을 훔친 사례는 2005년이 처음으로 그해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15건으로 늘더니 2007년과 2008년에는 각 31건으로 급증했다. 검거 기준이다.
공사는 2007년 관로 순찰을 전담하는 ‘파이프라인 패트롤(PLP)’팀을 만들고 관로 순찰 전담 자회사 두 곳을 세웠다. 또 2008년 자체적으로 누유감지시스템(LDSㆍLeak Detection System)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2011년에는 전북 완산에서 24억 원어치에 이어 지난해에는 경북 김천에서 73억원어치의 기름이 도난당하는 등 기름 도둑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벌써 경북칠곡, 전북임실, 충북청주, 충남천안 등지에서 16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공사가 아무리 순찰시스템을 강화하고 과학적인 감시활동에 나선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팀원 40명이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땅 속에 묻혀있는 송유관 중 전국의 취약 구간 200곳을 샅샅이 훑는다”며 “하지만 유압계 등 도굴꾼들은 수천만원짜리 기계를 쓰거나 변두리 모텔을 통째로 빌려 땅굴을 파서 도유를 시도해 잡아내기 쉽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양오염, 화재 등 2차피해
송유관이 파괴되면 기름 손실뿐 아니라 토양과 수질오염과 같은 2차 피해를 일으킨다. 공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3년동안 송유관 절도로 시설물을 복구하고 토양을 정화하는 등 사업에만 총 72억원이 소요되는 등 지금까지 100억원이 넘는 복구비용이 투입됐다.

또 송유관을 뚫을 때 생기는 정전기나 작은 불꽃으로도 불이 나고, 강한 압력 때문에 순식간에 대형 참사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2009년 1월에는 도유범 2명이 울산의 송유관을 뚫고 석유를 훔치려다 화재가 발생, 1명이 숨지고 나머지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처벌 강화해도 근절 안 돼
대한송유관공사는 도유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낮은 처벌 수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사 관계자는 “처벌 수위가 낮아 송유관 손상자만 처벌되고 공범인 연락책 감시조 자금지원자 장물운반 및 판매자 등은 집행유예나 불구속 등으로 풀려나 다시 절도에 나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특가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사범에 대한 벌이 무거워지고 있다. 청주지법은 지난달 30일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쳐 내다 판 일당 중 총책 주모(52)씨에게 송유관안전관리법위반죄 등을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충북 청원군 현도면 부용외천리마을 앞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1억8000여만원 상당의 기름을 빼내 내다 판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앞서 전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강상덕)은 지난 7월 16일 송유관을 뚫어 휘발유 1755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특수절도 등)로 기소된 최모(41·석유집 직원)과 조모(54·노동)씨에게 각각 징역 2년6월과 징역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훔치지 못하고서 구속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송유관을 뚫어 석유를 훔쳐 팔려 한 김모(54) 씨 등 2명을 특수절도 미수 및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의 한 주유소 건물 안에서 송유관로가 묻혀 있는 방향으로 지름 1.5m의 땅굴 12m를 파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송유관까지는 파야 할 땅굴이 3m나 남아 있었지만 절도 미수를 적용했다.

낮은 처벌 수위 보다는 걸리지만 않으면 크게 한 건 할 수 있다는 한탕주의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천안 서북구 범행과 마찬가지로 출소 한 뒤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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