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세트… 전직 판매원의 고백
선물세트… 전직 판매원의 고백
세트로 모아 더 비싸게 팔아요... 직원 인센티브도 포함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3.09.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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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형마트 판매원 오 모씨
[배다솜 기자] 명절시즌이 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세트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판매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제품이 가장 실속 있고 저렴하다고 홍보하기 바쁘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이 숨어있었다.

대전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6년간 근무했던 오 모(28) 씨는 선물세트의 가격과 프로모션에 대해 “10+1 스티커는 판매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뜻하지 않은 말을 꺼냈다. 무슨 뜻 일까.

대형마트 선물세트에는 ‘사전예약’ 서비스가 있다. 본격적인 판촉기간 전에 예매를 하면 최대 50%까지 싸게 구매 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오 씨는 “사전예약 서비스 기간에 업체가 예상한 일정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 기간을 연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사전예약 스티커는 떼지만,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더 저렴하게 드릴 수 있어요. 제가 특별히 잘 챙겨드릴게요” 등의 말을 건네며 본래 사전예약 가격으로 더 할인해 준다”고 털어놨다.

또한 선물세트에는 10+1, 5+1 등 추가증정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8개가 필요한 소비자가 1개를 서비스로 받기 위해 10개를 구매하는 등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판매원들은 “이런 플러스상품은 마지막엔 재고가 없어서 못 팔아요”라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부추기기도 한다.

하지만 오 씨는 “본사에서 매일 재고체크를 한다. 얼마나 팔았고, 얼마나 남았는지. 여기서 주류나 생필품은 좀 덜한데,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들은 추석이 다가와도 재고가 많으면 본사에서 프로모션을 10+1에서 5+1로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말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은 그야말로 판촉을 위한 거짓말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많이 구매할 것 같은 소비자 위주로 선물세트를 더 준다거나, 30개를 구매한다는 고객에게 원래대로라면 3개를 줘야하지만 40개를 구매하면 8개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재량 것 조정해 구매를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선물세트 판매기간에는 공장이나 업체도 워낙 바쁘다 보니 인기상품의 경우 재고가 모자랄 때도 있다고 한다.

오 씨는 “고객에게 30세트 주문을 받았는데 매장에 25세트 밖에 재고가 없을 때는 본사에서 선물 포장 곽만 주고 매장에 비치된 상품으로 직접 포장한다. 그러면 낱개가격보다 선물세트의 가격이 더 비싸진다”며 “평소에 행사를 하던 제품들도 세트판매 시작과 동시에 모두 정상가로 돌아기 때문에 더 저렴해 보이지만 결국 평소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판매원들 사이에서는 선물세트 기간에 일종의 ‘인센티브 서바이벌’이 펼쳐진다. 업체별로 마트에 고정 직원이 있기 때문에 세트 판매액으로 순위가 가려진다고 한다. 일정 순위 안에 진입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거나 특별 포상금을 주는 등 혜택이 크기 때문에 판매원들은 이 기간에 집중해서 판매에 열을 올린다.

오 씨는 “이런 이유로 세트상품이 필요 없는 낱개구매 고객들에게까지 세트기간에는 할인행사가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세트상품이 더 저렴하고 비누나 치약 등 사은품도 더 챙겨준다며 세트상품 구매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일정상품에 한해서는 “세트판매기간 막바지가 되면 본사에서 ‘자, 오늘부터다!’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했다. 이는 ‘오늘부터 세트 하나 당 2000원에서 3000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뜻으로, 고가제품의 경우 4000원까지 주기도 한다. 결국 선물세트 가격에 이러한 인센티브 비용까지 포함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 씨는 다만 “이러한 일들은 결국 대형마트나 업체의 지시에 따르는 것일 뿐 판매원들이 소비자들을 이용하거나 줘야 할 사은품을 안주는 건 아니다”며 “우리도 같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줄 수 있는 혜택은 모두 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제가격에 포장, 판촉비 더해... 지갑 털리고 손해
명절 선물세트의 비밀

▲ 지난 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1’ 세트상품의 구성을 판매원이 임의로 바꿔가며 판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10+1’ 견본상품 라벨에 직원이 조그맣게 ‘5+1’이라고 써놓은 것이 그 표시다.
명절은 그야말로 대목이다. 식품이든 공산품이든 해마다 두 차례씩 거의 모든 회사에서 선물세트를 내놓고 제조사는 제조사 나름대로, 판매점은 판매점대로 ‘할인이다, 증정이다’ 상품권까지 지급하면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이러한 시장에 가세하는 것이 또 카드회사. 적게는 5% 할인부터 시작해 30% 이상 할인까지. 과연 그렇게 팔아도 남는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사은행사(?)’를 펼친다. 소비자들로서야 하나 아쉬울 것 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과연 속사정까지 그럴까.

‘10+1, 5+1’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사실 모든 명절 선물세트는 기본적으로 10% 이상 비싸다고 보는 것이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게다가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상품들은 평상시 증정, 묶음판매 등 품목을 바꿔가며 일 년 내내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액면가 그대로 파는 경우가 드물어 가격은 더 비싸질 수 있다.

한 대형마트 종사자는 “마트에서 액면가 그대로 판다는 것은 결국 그 물건을 안 팔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소비자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유독 명절 선물세트에 대해서는 판촉전에 휩쓸려 가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 년 내내 가격할인을 하던 상품도 선물세트로 포장될 때는 원래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포장비용에 판촉비용까지 더해져 훨씬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세트가 완판이 안 되면 포장지는 다음에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기회비용까지 감안해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많다.

제조사로서는 많이 팔고 적게 팔고를 떠나 추석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판매사 역시 매출확대를 위해 이를 눈감아 주거나 이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거기서 남는 이윤으로 상품권도 지급하고 증정품도 더 주고 있으니 소비자 지갑 털어가며 생색만 내는 꼴이다.

제휴카드 할인판매 역시 제품가격이 원래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을 제조사와 마트가 협의를 통해 20%, 30% 낮추는 것을 명분삼기 위한 것일 뿐 카드사가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다.
공산품은 그나마 공장도가가 정해있어 덜한 편으로 농산물이나 수산물의 경우는 가격 부풀리기가 훨씬 심각하다.

또 다른 대형마트 종사자는 “평소 10개 1만원 하던 과일도 라벨을 붙이고 포장을 새로 해 선물세트로 만들면 가격이 눈덩이처럼 올라간다”며 “일각에선 같은 등급의 제품 수 십 박스를 풀어 그중에 좋은 것들을 선별한 다음 재포장 해 가격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산물과 건어물, 김 세트는 ‘국내산, 명품’ 이란 말만 붙이면 얼마든지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과대포장이 특히 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농산물은 명절을 보름쯤 앞두고 가장 비싸졌다가 1주일 전이면 제수용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뚝 떨어진다. 하루 이틀을 남겨놓고는 재고처리를 위해 가격을 더 다운시키는데, 명절이 끝나면 평소가격보다도 더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절 선물세트가 가격 할인보다 추가증정이 많은 이유 역시 제조사와 마트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10+1, 5+1’ 구성은 대부분 제조업체나 대리점에서 제시한다. 같은 값이면 할인보다 물건을 주는 것이 훨씬 유리하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소비자가 하나 살 것을 두 개 사는 꼴이니 마트로서도 매출이 늘고 생색도 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앞선 종사자는 “전통주의 경우 ‘1+1’이 특히 심한데 누가 봐도 이것은 제 가격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통조림2+식용유2=1만 6940원… 묶어서 1만 9800원

명절 선물세트에는 항상 10+1, 5+1 등의 스티커가 붙는다. ‘+1’ 이라는 효과를 통해 단일품목을 대량구매하면 서비스 차원에서 소비자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더 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10개를 사면 정말 공짜로 하나를 더 주는 것일까.
실제로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추석 선물세트와 낱개품목의 가격을 직접 비교해 봤더니 이는 철저한 눈속임 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래 표에서도 볼 수 있듯 10+1과 5+1 선물세트의 가격은 낱개가격보다 평균 10%에서 20%정도 더 비쌌다. 세트제품에 구성 상품이 다양할수록,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가격차이가 심했다.
실제로 10+1 상품 중 두 가지 품목이 들어있는 A사의 1만 9800원짜리 세트는 낱개가격을 합한 것보다 2860원 비싼 반면, 네 가지 품목이 들어있는 B사의 2만 5800원짜리 세트는 3840원이나 더 비쌌다.

이는 5+1 상품도 마찬가지여서 두 가지 품목이 들어있는 C사의 1만 2000원짜리 세트는 낱개가격보다 1020원 비싼 반면, 네 가지 품목이 들어있는 D사의 5만 4800원짜리 세트는 무려 8540원이나 더 비쌌다. 포장 값을 제외한다고 쳐도 가격차가 너무 큰 것이다.

이는 공식적인 낱개가격을 비교한 것으로 평소 묶음상품으로 판매하는 제품일 경우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트상품과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밖에도 3+1 세트상품이 가장 많은 샴푸·치약 등은 평소에도 자체적으로 1+1 행사가 들어가는 제품임을 감안할 때, 실제 낱개가격은 더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1’은 공짜가 아니라 구매한 10개의 제품에 이미 가격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도리어 9개만 구매한 고객이 손해를 보는 상황.
게다가 건강식품, 와인 등의 1+1 상품군은 평소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이거나, 기존제품과 포장지를 다르게 만들어 세트제품으로 출시해 가격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마트 와인코너 직원은 “세트제품으로 들어오는 와인은 우리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많다”며 “3만 9000원에 1+1으로 출시됐던 세트상품은 전에 단품으로 팔 때 가격이 8000원대 제품이었다”고 말해 ‘플러스 증정’이 ‘공짜’가 아닌 ‘덤터기 가격’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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