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격에 포장·판촉비 더해... 지갑 털리고 손해
제가격에 포장·판촉비 더해... 지갑 털리고 손해
명절 선물세트의 비밀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9.1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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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그야말로 대목이다. 식품이든 공산품이든 해마다 두 차례씩 거의 모든 회사에서 선물세트를 내놓고 제조사는 제조사 나름대로, 판매점은 판매점대로 ‘할인이다, 증정이다’ 상품권까지 지급하면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이러한 시장에 가세하는 것이 또 카드회사. 적게는 5% 할인부터 시작해 30% 이상 할인까지. 과연 그렇게 팔아도 남는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사은행사(?)’를 펼친다. 소비자들로서야 하나 아쉬울 것 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과연 속사정까지 그럴까.

‘10+1, 5+1’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사실 모든 명절 선물세트는 기본적으로 10% 이상 비싸다고 보는 것이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게다가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상품들은 평상시 증정, 묶음판매 등 품목을 바꿔가며 일 년 내내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액면가 그대로 파는 경우가 드물어 가격은 더 비싸질 수 있다.

▲ 지난 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1’ 세트상품의 구성을 판매원이 임의로 바꿔가며 판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10+1’ 견본상품 라벨에 직원이 조그맣게 ‘5+1’이라고 써놓은 것이 그 표시다.
한 대형마트 종사자는 “마트에서 액면가 그대로 판다는 것은 결국 그 물건을 안 팔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소비자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유독 명절 선물세트에 대해서는 판촉전에 휩쓸려 가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 년 내내 가격할인을 하던 상품도 선물세트로 포장될 때는 원래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포장비용에 판촉비용까지 더해져 훨씬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세트가 완판이 안 되면 포장지는 다음에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기회비용까지 감안해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많다.

제조사로서는 많이 팔고 적게 팔고를 떠나 추석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판매사 역시 매출확대를 위해 이를 눈감아 주거나 이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거기서 남는 이윤으로 상품권도 지급하고 증정품도 더 주고 있으니 소비자 지갑 털어가며 생색만 내는 꼴이다.

제휴카드 할인판매 역시 제품가격이 원래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을 제조사와 마트가 협의를 통해 20%, 30% 낮추는 것을 명분삼기 위한 것일 뿐 카드사가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다.
공산품은 그나마 공장도가가 정해있어 덜한 편으로 농산물이나 수산물의 경우는 가격 부풀리기가 훨씬 심각하다.

또 다른 대형마트 종사자는 “평소 10개 1만원 하던 과일도 라벨을 붙이고 포장을 새로 해 선물세트로 만들면 가격이 눈덩이처럼 올라간다”며 “일각에선 같은 등급의 제품 수 십 박스를 풀어 그중에 좋은 것들을 선별한 다음 재포장 해 가격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산물과 건어물, 김 세트는 ‘국내산, 명품’ 이란 말만 붙이면 얼마든지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과대포장이 특히 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농산물은 명절을 보름쯤 앞두고 가장 비싸졌다가 1주일 전이면 제수용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뚝 떨어진다. 하루 이틀을 남겨놓고는 재고처리를 위해 가격을 더 다운시키는데, 명절이 끝나면 평소가격보다도 더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절 선물세트가 가격 할인보다 추가증정이 많은 이유 역시 제조사와 마트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10+1, 5+1’ 구성은 대부분 제조업체나 대리점에서 제시한다. 같은 값이면 할인보다 물건을 주는 것이 훨씬 유리하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소비자가 하나 살 것을 두 개 사는 꼴이니 마트로서도 매출이 늘고 생색도 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앞선 종사자는 “전통주의 경우 ‘1+1’이 특히 심한데 누가 봐도 이것은 제 가격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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