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하냐구요?
만족하냐구요?
  • 정덕재
  • 승인 2013.11.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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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재시인·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책임작가
얼마 전 우리 집 고딩의 담임선생이 한통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담임이 문자를 보내는 경우는 성적표를 발송했을 때나 학교 행사 참여를 당부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낸 문자는 교원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조사인지 궁금해 나이스 대국민 서비스에 접속해 들어갔다. 처음으로 접속하는 것이라 한참을 헤매다가 해당 코너에 들어갔다. 필수평가 대상은 교장과 담임이었고 나머지 교과 선생님은 선택사항이었다.

그런데 평가항목을 보면 학부모가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드물었다. 교장선생님이 학교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학부모가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지 않은가. 담임의 학생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평가를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평가항목을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학교생활 지도를 잘 하는 편이니?”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첫마디부터 삐딱하게 나왔다. 혹시 학교에서 자신과 관련해 무슨 연락이 왔는지 경계하는 눈치였다. 예를 들어 야간자습을 땡땡이 쳤다거나 복도에서 축구하다가 또다시 벌점을 받은 사실이 통보됐는지 말이다. 그래서 나는 녀석의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만족도 조사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거 다 형식적으로 하는 거야. 그냥 대충해”

녀석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시니컬한 표정을 보이며 대꾸를 했다. 어이없는 반응이었다. 나는 녀석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학부모의 교원만족도 조사는 한계가 분명하다. 학교운영이나 수업과 관련해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설령 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만족도 조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그 평가내용 또한  진정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빠, 급식 평가하는 건 없어?”
“글쎄, 왜?”
“석식이 형편없어서 그러지”
“어느 정돈데 그래?”
“점심은 그럭저럭 먹겠는데 저녁은 너무 부실해. 그래서 친구들이랑 나가서 사먹을 때가 많아”
학교급식이 부실하다는 논란은 자주 나오는 이슈이기는 하지만 우리집 고딩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급식 얘기를 하니까 문득 녀석이 중학교 3학년 때 들려준 배식 관련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녀석이 다녔던 중학교의 점심 배식을 하는 분이 같은 반 친한 친구인 상범이 할머니였다. 그래서 녀석이 급식판을 들고 가면 맛있는 불고기는 조금 더 주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다른 녀석들이 배식대 앞에 서면, 저마다 자신이 상범이와 가장 친하다고 할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상범이 할머니는 귀여운 중딩들에게 고기를 듬뿍 얹어주었을 것이다.

우리 집 녀석이 저녁 급식에 불만을 가진 건 고등학교 입학한 직후부터다. 녀석의 불만을 듣고 난 후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식단이나 급식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아이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그나마 최소한 평가를 할 수 있었다

만족도 조사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될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만족도를 객관화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비롯해 수많은 조직들이 계량화하는 평가를 한다.

평가의 목적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데 있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평가를 대규모로 한다는 것은 자칫 문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부실한 교원만족도 조사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만족도 조사라는 걸 만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떨까. 나는 100점 만점에 18점을 주겠다. 우리집 고딩이 만족도 조사 화면을 바라보던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아빠 평가하는 데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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