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되고 싶은 날은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는
노천시장에선 구겨진 천 원 권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다주는 곳
깎아라, 말아, 에이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봉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바람이 찹니다. 올 겨울도 유난히 추울 거라는 기상대의 예보가 벌써부터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지 나무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이파리들이 붙어 있습니다.
사무실 가는 신호등 건널목 가에 하루아침도 빠짐없이 좌판을 펼쳐 놓고 있는 할아버지의 판매 물건들 수가 추워서 그런지 어제보다 적습니다. 아직까지 지나가다가 물건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오후에 가던 길을 되돌아 올 때는 할아버지와 좌판은 이미 철수한 뒤입니다.
나에겐 별 필요가 없는 물건이지만 무언가 한 번은 사 주어야겠다 생각하지만, 때가 잘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인디언 속담을 되새깁니다. “좌판의 물건 값은 깎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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