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시읽는 아침 - 강영환 作 '유리창의 이쪽'
김영수의 시읽는 아침 - 강영환 作 '유리창의 이쪽'
  • 김영수
  • 승인 2013.12.01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리창의 이쪽 - 강영환 作

유리창에 묻은 밤을 닦는다
유리창은 내 낡은 권위로 서있을 뿐
차가운 속셈으로 말이 없다
닦을수록 유리창은 더욱 까매진다
상처투성이의 하얀 얼굴로
누군가가 유리창 이쪽으로 걸어온다
유리창 이쪽에서 늘 망설이던 나는
한마디 말도 띄우지 못하는 벙어리
그대 그림자가 하얗게 될 때까지
닦고 또 닦는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마음을 닦으려고 여러 방법을 통하여 노력한다. 미세한 먼지가 떠돈다고 야단치고 있지만, 수 없이 많은 세상 삶의 먼지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그건 우리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음에 와 달라붙는다. 그래서 그걸 깨끗이 닦는 길이 무얼까 하고 고심초사 하고 사는 것이다.

유리창은 밖을 볼 수가 있어야 제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더러는 장식용으로 달아 놓기도 하겠지만 안과 밖의 소통 역할 기능이 유리창의 주요 임무다. 밖에서는 볼 수가 없고 안에서 만 볼 수 있는, 그리고 반대로 밖에서는 볼 수 있고 안에서 볼 수 없는 일방통행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한 쪽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를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력의 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겸허하게 낮출 수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각각의 기능이야 어찌됐든 우리는 안과 밖이 소통될 수 있도록 깨끗이 닦아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다하더라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마음에 때는 닦아내도록 해야 한다. “그런대로 한 세상” 마냥 살 수는 없다. 왜?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