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7살 소녀가 찾아간 곳은
한겨울 7살 소녀가 찾아간 곳은
대전 선화파출소 고시원 생활 모녀가정 지원 사연 훈훈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12.09 16: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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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

추운 겨울 오갈곳 없는 한 소녀를 보듬어 안은 경찰관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자 첫 눈까지 제법 많이 내린 지난달 28일 아침. 7살난 한 소녀가 맨발로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를 찾아왔다.

얼마 전 타지에서 이사를 와 임시 거처인 고시원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사랑(가명)이다. 올해 쉰 살의 사랑이 엄마는 생계를 위해 사랑이를 혼자 고시원에 나두고 식당에서 허드렛 일을 한 뒤 저녁이 돼서야 돌아온다.

그런데, 사랑이와 경찰의 만남은 이 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초 사랑이가 고시원에서 사라졌다는 엄마의 112신고를 받고 한 시간여 만에 경찰관은 쓸쓸히 길거리에 웅크리고 있는 사랑이를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 사랑이는 또 한번 맨발로 길거리에 앉아 있다가 주민의 신고로 경찰관과 만났다.

두 차례의 만남에서 경찰과 아저씨들의 정이 그리웠는지 소녀는 이번에는 길거리를 헤메는 대신 아침 일찍 눈보라를 헤집고 맨발로 파출소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을수 파출소장은 "낮에는 돌봐줄 가족도 없고, TV조차 없는 좁은 고시원 방에서 어린 나이에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외롭고 힘 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찰관들의 눈에는 소녀의 모습이 마치 사냥꾼을 피해 나뭇꾼을 찾아와 자신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사슴처럼 더없이 애처롭게만 보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이에게 달려가 꽁꽁 언 발을 녹여주는 경찰관,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동화를 들려주는 경찰관, 슬그머니 나가 아이의 발에 꼭 맞는 예쁜 신발을 사들고 오는 경찰관, 인근 유치원에 가서 책과 학습지를 구해온 경찰관.

사랑이는 따뜻한 파출소 숙직실에서 머물다 엄마가 퇴근하는 늦은 밤이 돼서야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사랑이 엄마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대전으로 이사 왔는데, 형편이 어려워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고시원에서 지낼 수 밖에 없어 아이를 혼자 둘 수 밖에 없었다고 경찰에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선화파출소 경찰관들은 모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들을 돕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엄마가 일 하러 가는 시간에는 사랑이를 파출소에 데려오도록 한 뒤, 2층 숙직실에서 학습지와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고, 민원인이 없는 시간에는 직원들이 공부를 돕기도 했다.

사랑이는 엄마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오면 울먹이며 따라가지 않으려 해서 파출소에서 한참을 더 머무르다가 돌아가기 일쑤였다.

구청과 주민자치센터에 한부모 가정이 거주할 수 있는 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기도 했다. 소개받은 복지시설은 전기료와 가스비만 납부하면 최대 5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퇴소시에는 지원정착금 400만원과 기초수급 신청시 월 4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복지시설 2층에 있는 공부방에 사랑이를 맡겨도 된다는 말에 늘 어두웠던 엄마의 얼굴은 그제서야 미소가 피었다.

어두운 고시원에서 복지설로 이사를 하는 12월 6일. 하지만 이삿짐이라고는 이불 한 채와 옷 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파출소 경찰관들은 연말송년회 대신 그 비용으로 TV와 가스렌지 등의 물품을 구입했다.

파출소 협력단체인 생활안전협의회와 녹색어머니회, 소비자모임회, 주민센터에서는 옷과 학용품, 쌀 등을 마련했다.

경찰관과 이웃은 또래보다 훨씬 똑똑해 보이는 사랑이가 앞으로 잘 성장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입주를 지켜봤다. 그리고 사랑이에게 자주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한편 정용선 대전지방경찰청장은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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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수 2013-12-11 09:57:08
마음이 찡 합니다... 아름다운 미담으로 오늘도 상큼한 하루를 시작 합니다,,모든 경찰관님 감사 합니다^^

귀돌 2013-12-10 14:18:30
정말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훈훈한 일이 전염되듯 많이 퍼져갔으면 합니다. 선화 파출소 형사님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대전에 모시고 있다는 것이..

드림 2013-12-10 13:49:46
가슴 따뜻하고 우리사회에 아직은 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경찰관님들 갔은 분들이 이 사회를 밝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내요
시민의 한사람으로 감사합니다

깜빡이 2013-12-10 12:00:34
가슴 훈훈한 가사글 이 올라와 잘 읽어 보았 고 선화 파출소 경찰관님들 정말 화이팅 이십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팍팍한 가운데 따뜻한 소식 감동 이었습니다.

대전언문연 2013-12-10 09:14:02
좋은 기사입니다. 선화파출소 경찰관님들 파이팅!!! 한남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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