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활성화 노력’ 누구 몫인가?
‘원도심 활성화 노력’ 누구 몫인가?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3.12.15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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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동 행정팀장

대전의 대표적인 신도심으로 꼽히는 둔산동에 사는 40대 박 모씨 가족에게는 재밌는 놀이가 생겼다. 주말이면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스카이로드 개장을 계기로 습관이 됐으니 벌써 3달 남짓이다. 스카이로드 영상 구경하는 재미로 으능정이 거리를 찾게 되면서 거의 매주 빼놓질 않는다.

그는 주말이면 5살, 10살 두 아들과 여행 다니며 노는 것을 최대의 낙으로 삼았다. 그러나 매주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 투자가 부담이었다. 그러던 차에 ‘원도심 나들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처음 스카이로드를 찾았을 때, 도심 한 가운데 대형 구조물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스케일이 침체에 빠진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 같았다.

박 씨 가족은 사실 스카이로드 개장 전부터 주말 원도심 나들이를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은행동 중고서점을 알게 돼 아이들과 함께 책 사는 재미를 들이던 즈음이었다. 대전시청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도시철도를 이용해 갔다 오는 재미도 쏠쏠했다.

원도심에 대한 흥미는 아이들보다 박 씨가 더 크다. 오랜만에 원도심 지상·지하상가를 걸으며 물건들을 구경하고 아이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시내를 주름잡았던 무용담(?)도 들려주었다.

가끔은 지하상가 중앙시장 등에서 값싸고 쓸만한 물건을 ‘득템’하기도 하면서 원도심 나들이에 푹 빠졌다. 중고 서적이나 쇼핑한 물건을 한아름 들고 메뉴를 골라 찾아다니는 식당 탐방도 비견할 데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원도심에 다녀오는 횟수가 늘수록 자꾸만 불편함의 여운이 남는다. 몇 번 올려다본 스카이로드 영상은 비슷한 것 같아 흥미가 떨어지고, 그 밑에 몰린 포장집들의 분식 가격도 비싼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짜증이 난다. 160억 원 남짓을 들여 만들어 놓은 스카이로드 아래는 곳곳이 쓰레기로 넘친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인근 상가 점원들과 행인들의 담배 연기는 곡예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상인들이나, 구청, 시청 누구 하나 그 흔한 캠페인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없나보다. 원도심 활성화를 외치고 요구만 해댔지 스스로의 노력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아이구, 이거 생기고 사람 많아지고 장사도 잘 되는 편이에요!” 어느 포장집 아주머니의 말처럼 스카이로드는 집객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박 씨네처럼 가족 위주의 유동인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원도심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덧붙여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보고 명물거리로 거듭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족 손님을 받는 인근 식당들의 태도 개선도 필요하다. 청소년이나 젊은 손님들을 맞이하던 서비스 행태는 좀 더 세련되어져야 하고 메뉴 또한 변해야 한다. 심지어는 업종을 전환해서라도 아이들과 가족들의 발길을 더 끌어들여야 한다. 아이들과 손잡고 찾을 수 있는 인근 중고서점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스카이로드 아래 거리를 아예 새로운 형태의 명물거리로 조성할 필요성도 있다. 떡볶이 전문거리면 어떻고, 분식 거리면 어떠한가. 초상화 거리가 될 수도 있고 점과 궁합으로 특화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깨끗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서로의 노력이다.

상인들과 행인, 행정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말도 많고 걱정도 많은 스카이로드지만 이제와 어쩔 것인가. 걱정과 방치, 요구만이 아니라 모두의 관심과 노력,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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