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메뉴, 골라먹는 재미. 대전에 신개념 퓨전 코스요리 전문점이 생겼다. 이곳은 바로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턴 파이브 키친(TURN 5 KITCHEN)’. ‘팬도로시 키친’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 가게는 얼마 전 고객층을 다양화 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한 번 결제로 셰프가 직접 만든 31가지 요리 중에 5가지 메뉴를 내 맘대로 골라먹는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아직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색 명품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가격마저도 착하게 ‘평일 점심 9800원’. 요즘 잘나간다는 빕스나 애슐리의 샐러드바와는 차원이 다른 맛과 서비스로 삽시간에 대전지역 맛의 지도를 평정하며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과 팝 아트 기법으로 연출한 매장 인테리어와 생동감을 더하는 음악은 어느 설치미술 전시관에 온 듯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 음식은 먹는다기보다 즐기는 것이라는 불변의 상식을 새삼 일깨우게 한다.

 

일단 달콤한 아메리칸 콘, 또는 향긋한 머시룸 수프로 시작되는 ‘턴 파이브’ 제1코스 25가지 메인요리를 즐기기 위한 전초전. 주사위 모양으로 잘게 썰어 오븐에 구운 크루통을 띄운 수프는 부드러운 맛과 함께 바삭바삭 고소함을 입안 가득 전달하며 식감을 끌어올린다.

이어 준비된 제2코스 메인요리는 크게 라이스(로스티드 비프, 론니 아일랜드, 옥토 쉬림프, 김치 베이컨, 파인 베이컨), 스파게티(미트볼, 야키돈, 핫 마리스코, 알프레도, 볼로나즈), 스테이크(닭가슴살, 목살, 아메리칸 찹, 치즈인, 베지터블 치킨)로 나뉘는데, 기호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가지를 고르면 된다.

메뉴가 너무 많아 선택이 어렵다면 이미 검증된 ‘톱 5’ 중에서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

 

가장 많은 ‘간택’을 받는 목살 스테이크는 신선한 돼지고기 목살을 바비큐 스타일로 구워 간장소스와 향긋한 바질로 마무리했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과 불에서 구운 은은한 향이 상큼하고 달콤한 소스와 어울려 맛의 절정을 선보인다.

 

고단백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으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닭가슴살 스테이크 역시 바비큐로 기름기를 쏙 뺀 뒤 데리야키 소스로 버무렸는데, 특유의 퍽퍽한 느낌은 온데 간데 없이 오히려 다리살 보다 더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이다.

 

으깬 감자와 화이트소스가 만나 탄생한 알프레도 스파케티는 향긋한 햇감자의 향이 가득한 특별 메뉴. 일반적인 크림스파게티에 비해 약간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살짝 데친 파슬리 피망 등 신선한 야채와 어울려 산뜻한 맛이 매력적이다.

 

면이나 고기보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옥토 쉬림프 라이스가 딱. 커다란 왕새우를 비롯한 해물과 큼직큼직하게 썬 채소에 매콤한 소스를 더한 볶음밥의 일종으로 각종 재료에서 우러난 달콤함과 적당히 알싸한 맛이 식욕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좀 더 화끈하고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야키돈 스파케티를 강추. 신선한 해물과 야채, 가쓰오부시가 들어간 볶음우동으로 두툼한 면발과 어울린 빨간 국물이 ‘이열치열’ 한여름 더위를 불태워버리는 듯하다.

 

메인메뉴에 곁들인 제3코스 음료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탄산음료도 좋지만 턴 파이브에서 개발한 일명 ‘톡’이 제격. 스트로베리와 블루베리, 피치, 파인 등을 갈아 만든 에이드의 일종이지만 탄산보다 강한 ‘톡톡’ 쏘는 맛과 시원함이 이색적이다.

 

제4코스는 갓 구워낸 빵과 달콤한 허니버터, 리플잼.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빵을 주지만 이곳에선 메인메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나중에 낸다. 메인메뉴보다 인기가 더 좋을 만큼 맛있어서 뒤에 내온다(?)는 재밌는 풍문도.

 

대미를 장식하는 제5코스는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눈꽃빙수’. 입안에 넣자마자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게 간 얼음 위에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피치 등 다양한 리플잼이 어울려 색다른 빙수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 다섯 가지 음식을 하나씩 주문한다면 최소 2만3000원대.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환상적인 맛의 코스를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큰 기쁨이 없다.

 

‘턴 파이브 키친’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지하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2500권에 달하는 장서가 마련된 이곳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열린 커뮤니티 공간이다. 지하 1층임에도 햇빛이 직접 스며들도록 설계한 장인수 대표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제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졌다”는 장 대표는 “턴 파이브 키친을 찾는 손님들이 항상 건강과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가장 신선하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일 런치(11시-2시) 9800원(스테이크류 제외. 스테이크류 포함시 1만2800원).
주말, 공휴일, 디너타임 1만2800원(스테이크류 포함)
대전시 유성구 궁동 482-3 캠퍼스힐 빌딩 1층. 1577-9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