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천국서 순박한 서민의 일상을 엿보다
여행자의 천국서 순박한 서민의 일상을 엿보다
로드스쿨과 함께 하는 아시아5개국 배낭여행 -태국
  • 강용운
  • 승인 2012.07.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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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 경험이 있는 한국인에게 그 나라를 묻는다면 대부분 태국이라 대답하지 않을까? 배낭여행, 졸업여행, 신혼여행, 효도관광 등 많은 한국인 그리고 세계의 여행자를 빨아들이는 나라가 태국이다. 왕궁, 카오산로드, 서더스트리트, 마사지 등 친숙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와 익숙한 풍경은 생략하고 우리가 모르는 또는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간 태국의 이미지를 그려보자.

 

 

20세기는 열강의 시대였다. 아시아는 제국의 군림 아래 식민지로 신음하며 독립을 위한 처절한 투쟁으로 세월을 이겨내야만 했다. 제국주의 당사자였던 일본을 제외하면 그 험난한 시기. 외세의 침략을 모면한 유일한 나라가 있는데 바로 태국이다.

 

힘없는 나라의 한계 속에서도 고종과 명성황후는 유연한 외교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려했지만 끝내 식민지배를 피할 수 없었던 반면 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추축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빠른 입장바꿈과 영국, 미국의 비호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국왕을 향한 태국민의 존경은 왕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인 정서로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다. 월요일이면 노란색의 셔츠를 입은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운동회 단체복을 맞춰 입었나 싶을 정도다. 노랑은 국왕을 상징하는 색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서슬퍼런 국왕법이 있다. 태국의 모든 지폐에는 현직 국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돈을 훼손하거나 소홀히 다루면 국왕모독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영화관에서 애국가가 사라진지 오래지만 태국은 아직도 영화 시작전에 국가와 함께 현 국왕인 푸미폰 아둔야뎃의 영상이 흐른다. 당연히 모두 기립한다.

푸미폰 국왕은 사진 매니아이기도 한데 항상 니콘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이보다 더 훌륭한 광고모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니콘에서는 모델료를 지불하고 있을까?

태국에는 트랜스젠더가 많다. 매년 세계 트랜스젠더 대회를 열 정도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니 그 수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 같다. 그럼 태국에는 성적소수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이런 현상에는 아픈 역사와 현실적인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

병자호란 당시 여자임을 감추려고 가슴을 동여맨 것이 치마저고리의 기원이다. 그 아름다움에 슬픈 역사가 스며 있는 것이다. 끝없는 평원이 펼쳐지는 인도차이나의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의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은 빈번하게 전쟁을 치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태국의 남자들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남자 아이를 여자로 꾸며 키워야했다. 그래서 여장을 하고 목소리와 몸매를 여성스럽게 가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거기에다 관광이 국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의 특성상 여성의 일자리가 많아 생계를 이유로 여성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성정체성으로서의 선택보다 더 많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공무원 채용의 기회를 갖지 못하며 최근에 대기업 취업을 허용한 것이 태국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을 정도로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태국에는 탁신의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면 정치 초보인 동생도 총리로 만든다.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한국의 지역주의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처럼 한국인은 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개그다 싶을 것이다.

지난 2008년 왕을 상징하는 노란상의 시위대와 탁신을 상징하는 붉은색 상의의 시위대가 극한 대립으로 공항이 폐쇄되어 많은 여행자들을 공항 노숙자로 만드는 헤프닝이라고 하기엔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모든 길은 통하게 되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태국에선 틀린 말이다.

특히 방콕에선 길 한 번 잘못들면 돌아 나와야한다. 그래서 목적지를 찾아갈 때 꼭 알아야할 것이 도로명과 골목 번호이다. 대로에는 모두 명칭이 있으며 좌우로 홀수와 짝수의 Soi 넘버가 있다. 1로 시작하는 대로변은 3, 5, 7, 9… 홀수의 골목이 있다. 당연히 반대편은 짝수로 번호가 매겨진다. Soi 12면 짝수로 되어 있는 대로변쪽을 걷다가 골목으로 접어들면 된다.

하지만 10번으로 접어들어 중간에 샛길이 있을거라 생각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통하는 길이 있을거라 걷다보면 결국엔 막다른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방콕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는 운하가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하천이나 개천을 복개하여 도로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에선 이해가 안되는 구조이지만 방콕에선 개방되어 있다.

생활하수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으니 미관상에도 안좋고 악취도 심하다. 하지만 방콕을 동서로 가르는 운하는 중요한 교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천사의 도시' 방콕에서 차가 막히는 시간은 천사도 예측 못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교통체증은 방콕의 부정적 이미지의 대표선수다. 그러나 방콕에는 교통체증과 관계없이 정시 출발에 정시 도착하는 지하철(& 지상철) 말고도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배다.

대중교통 요금이라고 하기엔 고가인 지하철이나 BTS(지상철)에 비하면 운하버스와 짜오프라야강을 오가는 수상버스는 저렴한 요금에 막힘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시간 여유를 갖고 현지인과 좀더 친숙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들은 꼭 즐겨볼 코스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면 거리에 요강단지 모양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무릎꿇고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스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하루 첫 식사를 스님에게 먼저 대접하려는 사람들이다. 전체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는 나라이니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내놓는 음식이 채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본인들의 식사를 먼저 내온 것이니 육류며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절과는 달리 태국의 절에선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아침에 탁발한 음식으로 하루 식사를 해결한다. 거기에다 열대의 나라이니 음식이 쉬 상한다.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넉넉한 몸매의 스님이 많다.

삼성본사 앞의 노점상.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좌판을 벌리기가 무섭게 검은양복의 어깨들이 쓸어갈 것이다. 1년 365일 한국의 곳곳에는 노점상과 단속반의 숨바꼭질과 몸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태국은 노점상의 천국이다.

몇 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꼬치며 과일이며 옷이며 온갖 가지의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점원은 매장 앞 노점의 커피를 즐긴다. 태국 최대의 백화점 센트럴월드 앞에는 100여 미터의 노점엔 저녁마다 생선굽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일을 마치고 쏟아져 나온 백화점 직원들은 이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를 즐긴다.

네팔,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태국. 숨가쁘게 아시아의 다섯 개 나라를 돌아봤다.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로드스쿨 ‘길에서 배우다’의 행선국이기도 하다. 디트뉴스에 소개한 글은 세번째 로드스쿨 여정에서 기록한 것이다. 2012년 겨울에는 네 번째 로드스쿨 여정을 떠날 것이다.
‘길’ 이보다 훌륭한 학교는 세상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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