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약’ 먹으면 작은 키 벗어날까?
‘키 크는 약’ 먹으면 작은 키 벗어날까?
‘키 크는 약’ 먹으면 작은 키 벗어날까?
  • 최재호
  • 승인 2012.07.10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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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드물지만, 한 때 성장탕이라는 이름이 유행을 한 탓에 아이를 둔 부모들이 성장탕도 처방하냐는 문의가 있곤 했다. 성장탕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붐이 일자 성장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한두 가지의 처방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한약 처방을 받고자 성장탕이라는 이름을 빌려 문의를 하기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탕의 진실부터 말하자면, 진짜 성장탕은 정해진 처방이 없다. 똑같은 한 가지 처방을 가지고 모든 아이에게 성장탕이라는 이름으로 처방하는 것은 매우 몰지각한 행위다. 물론 한의사가 보호자에게 처방 목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장탕이라 이름은 이야기하고 처방은 아이 각각에 맞추어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한의사는 당연히 아이에 맞추어 처방한다.

식욕이 과하게 적은 아이, 먹으면 잘 체하는 아이, 설사나 변비가 자주 있는 아이, 잠을 깊이 못 자는 아이, 쉽게 땀을 흘리는 아이, 손발이 찬 아이, 등등 아이들이 다 다르다. 크게 예를 들어 이렇지, 깊이 들어가면 성향도 다르고, 몸 상태도 다 다르다. 아무리 성장을 위한다는 목표가 같다고 한들 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어떻게 똑같은 처방을 쓸 수 있겠는가. 그렇게 쓰면 효과도 안 날뿐더러 부작용이 나기도 한다.

잦은 설사를 하는 아이에게 성장에 도움이 되게 한다고 고단위의 영양과 갖은 약재를 쓰면 키가 쑥쑥 크기는커녕 설사만 더하고 약해져 가기 쉽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고단위 영양의 음식을 자꾸 들이밀어 먹게 해도 소용이 없다. 설사부터 치료해야 한다. 아이들 설사는 속이 냉하고 허해서 많이 오지만 더러는 성향이 예민한 것이 더 큰 원인인 경우도 있다. 냉하고 허한 것도 오장육부의 기운 중 어디가 많이 냉하고 허한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큰 문제가 없는데 더 크고 싶은 아이들은 똑같은 처방을 써도 되지 않을까? 대략 하자면 그럴 수 있겠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안 된다. 같은 약재, 같은 처방도 다른 성향과 기운에 합해지면 다른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활달하고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성향의 아이와 좀 침울하고 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가 있다. 앞의 아이에게 수렴하는 약은 기운을 좀 거두어 뿌리를 든든히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뒤의 아이에게 수렴하는 약은 기운을 더 움츠리게 만들어 갑갑하게 만들 수 있다. 뒤의 아이는 일차적으로는 오히려 기운을 좀 펼쳐주는 쪽으로 보해야 한다. 그래야 기운이 유통되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제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성장탕이라는 것이 정해진 어떤 처방이 아니라 이름만 그럴 뿐 각각의 아이에 맞춘 맞춤처방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한약 처방만으로 다 될까. 그리고 성장이란 무엇일까.

요즘은 마치 스펙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듯 보인다. 좀 더 좋은 학력, 좀 더 좋은 외모를 위해 아이고 어른이고 모든 것을 걸게 만드는 세상이다. 물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면 제 때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키도 클 수 있을 때 더 커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었을 때도 지금 같은 세상일까. 세상은 변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키는 더 커야 하는데, 학원과 과외에 쫓겨서 뛰어 놀 시간은 없고 잠을 더 자면 안 된다고 하면, 그래서 한약에다 키 크는 것은 맡겨 놓으면 되겠지 하는, 이건 아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외모의 성장보다 더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성공과 행복의 결정적 요소인 정서적, 정신적 성장에는 오히려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다행히 이런 시류 속에서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스펙보다 개성과 성숙에 관심을 두고 양육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도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키는, 푹 잘 자고, 골고루 잘 먹고, 운동 적절히 하고, 즐겁게 지내면 본인이 클 수 있는 최대한으로 큰다. 너무 걱정 말자. 육체의 키도 잘 크고 내면의 키도 충분히 클 수 있도록 하자. 욕심이지만, 한의학의 성장은 그 두 가지가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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