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간근무를 하던 오후에 전화가 왔다. 평소 아끼는 후배인데 “오늘 제 아들이 00대학교에 정시모집으로 합격하여 등록하게 되었다.”며 술을 사겠다는 것이었다.
“아냐, 따지고 보면 그동안 아들의 대학 진학 문제 때문에 노심초사한 네가 더 수고 많았다. 따라서 오늘의 술은 내가 살 테니까 18시까지 00삼계탕으로 와라.” 퇴근하여 도착한 삼계탕 전문식당은 그러나 평소 왁자하던 손님들은 간 데 없었다.
작금 또 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말미암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은 고작 서너 명 뿐이었다. 대저 사람들은 언론 보도에 민감한 터.
따라서 AI 파동은 곧바로 삼계탕집의 지독한 불황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한 식당 주인아줌마의 시름이 양미간에 뚜렷이 보이는 것으로 더욱 확인되었다. “안녕하세요~ 요즘 힘드시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시 후 식탁에 오른 삼계탕과 함께 술을 나눴다. 후배는 자신의 아들이 합격한 대학이 국립대라서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반이나 싸서 좋다며 자랑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서 새삼 내 아들과 딸이 졸업한 ‘국립대’를 화두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제가 경험해 보니 정말이지 서울대는 아무나 가는 게 아님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새삼 선배님이 부러워요!” 아들과 딸은 각각 충남대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따라서 사립대에 견주면 등록금이 저렴하여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었다.
더욱이 장학금까지 받았기에 아이들이 더욱 고마웠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딸이 서울대에 합격하던 지난 2005년의 이맘때 내 경제적 고립무원(孤立無援)은 사업에서의 연전연패로 인해 그야말로 끈 떨어진 망석중에 다름 아니었다.
하여 숙부님께 부탁을 하여 가까스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었는데 아무튼 그로 인해 알게 된 것이 바로 대학의 등록금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더라’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대전지역의 각 대학들이 올해의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들여다보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인 양 그렇게 그 금액이 매우 미미하기에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 한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대전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을 겨우 0.01% 인하하기로 결정하였다는데 이로 인해 이 대학의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고작 8,000원만 줄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 8,000원이면 서민이 주로 찾는 짜장면 두 그릇 값에도 못 미친다.
“문전 나그네 흔연대접”이란 속담이 있다. 이는 어떤 신분의 사람이라도 자기를 찾아온 사람은 친절히 대접하라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대학도 교육적 ‘서비스업’이다.
그러하거늘 수백만 원이나 되는 대학의 등록금에서 겨우 8천 원만 인하했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어처구니 없음의 정점으로밖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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