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칼럼] 아줌마와 엄마의 차이
[시민기자 칼럼] 아줌마와 엄마의 차이
어떤 블리자드 단상
  • 일필휴지
  • 승인 2014.02.14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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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여기 선지하고 쇠고기 해장국 하나씩 주세요.” 아내와 단골로 가는 동네의 단골 해장국집이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집인데 해장국 외의 김치와 기타 반찬을 식당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손수 만드는지 꽤 맛이 있다.

그래서 아내는 김치를 다 먹고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아내는 식당 아줌마에게 부탁하는 말이 나와는 사뭇 다르다. “이모~ 미안하지만 김치 한 그릇만 더 주실래요?” 그럼 아줌마는 스스럼없이 “네~” 라고 대답하곤 김치를 새로 갖다 준다.
 
원칙적으로 이모(姨母)는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생면부지의 아줌마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건 어떤 ‘실정법 위반’에 속한다. 그러나 거개의 한국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특히나 식당 등지에선 서빙을 하는 아줌마를 일컬어 ‘이모’라고 호칭한다.
 
하여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하다 했던가. “한국 사람들은 왜 저렇게 이모가 많단 말인가?!” 라며. 국어사전에서는 아줌마를 일컬어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대신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혹은 남자가 같은 항렬의 형뻘이 되는 남자의 아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높임말이다.
 
이번엔 ‘어머니’를 한 번 살펴보자. 자기를 낳아 준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 바로 어머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특히나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은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호칭에 더 익숙하다. 성년이 된 나의 아들과 딸 역시 마찬가지다.
 
한데 한국인의 어떤 정서 상 어머니 보다는 엄마가 되레 더 정겹다는 생각이다. 마치 아버지 보다는 아빠가 낫듯. 왜냐면 아버지는 어쩐지 가부장적이고 어렵다는 느낌인 반면 아빠는 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줄곧 입에 붙이며 자라온 호칭인 까닭에서이다.
 
최근 모 신문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주머니”라는 호칭엔 비교적 관대했지만 “아줌마”란 말 한마디에는 표정마저 싸늘해지더라는 기획기사를 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앞으로 나도 식당에 가면 ‘아줌마’ 대신 ‘아주머니’ 라는 호칭을 습관화해야겠다는 쪽으로 맘을 고쳐먹었다.
 
어쨌거나 나는 육십이 멀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평생토록 “엄마” 라는 말을 써 볼 ‘기회’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배우기도 전인 나의 생후 백 일 즈음에 어머니를 잃은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말미암아 어머니든 엄마든 간에 그 대상에 대한 헛헛함과 느끼는 체감온도는 블리자드(blizzard), 즉 심한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에 다름 아니다.
 
요즘 아내가 몹시 아파 꼼짝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야근을 들어오기 전의 오늘 오전에도 내가 밥과 반찬까지 짓고 설거지까지 마치 뒤 출근했다. 그렇긴 하되 아내는 역시나 현모양처였다.
 
“다녀올 게, 입맛이 없어도 밥 먹은 뒤 약도 꼭 챙겨 먹어.” “알았어, 참~ 노파심에서 얘긴데 혹시 아들에게서 당신한테 전화 오면 내가 아프다는 소린 절대로 하지 마! 그럼 우리 효자 아들은 쏜살같이 내려오고도 남을 녀석이니까. 가뜩이나 직장 일이 많아서 지난 설에도 못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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