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칼럼]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시민기자 칼럼]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사람이 아름다운 건
  • 일필휴지
  • 승인 2014.02.16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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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고모님의 칠순 잔칫날입니다. 그래서 어제 아들은 직장 일을 마치는 즉시 집으로 왔다네요. 하지만 저는 어제도 야근을 들어와 일을 한 때문으로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퇴근하여 귀가를 하니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여 반갑더군요. “오늘 청주엔 몇 시에 가?” 아내는 열 시 경에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한숨 자고 일어나 오후에 또 야근 나가야 하니 피곤해서 잔칫집에 못 가. 대신 내 몫까지 축의금 내. 그나저나 내가 안 가서 고모님이 서운하다고 안하실랑가 모르겠네?” “그러게.”
 
십여 년 전 타계하신 처고모부님께선 생전에 술을 물보다 더 좋아하셨습니다. 예부터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 없다는 말이 있죠. 그 말에 걸맞게 충북 옥천에서 법 없이도 사셨던 고모부님께서는 제가 찾아가면 어찌나 반가워 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술이 원인이 되어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처고모님께선 아들과 딸이 살고 있는 청주로 따라 나가 사시는 중이죠. 야근으로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누인 뒤 두어 시간을 잤을까요...
 
거실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기에 방문을 여니 어느새 장모님과 처조카들도 와서 어서 가자며 아우성이었습니다. “어머님 오셨어요?” “야근하느라 피곤하지?” “늘 하는 일인데요 뭐.”
 
“자네가 가야 술도 마시고 재미있을 텐데 같이 못 가 어쩌나?” “제 몫까지 많이 드시고 오세요.”“ 고모부는 진짜 안 가세요?” “응, 난 또 이따 출근해야 돼서 안 돼. 하여간 잘 다녀 오거라.”
 
잔칫집으로의 나들이라며 모처럼 치장을 했건만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뒤뚱뒤뚱 할머니의 걸음걸이에 다름 아닌 아내를 아들이 팔을 잡아 부축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내일 아침에 퇴근하면 쉬니까 당신이 먹을 안줏거리 좀 싸올까?”
 
“그럼 고맙지!” 술을 좋아하는 저를 생각하는 고마운 아내를 대문 밖까지 배웅했습니다. 그리곤 돌아서려니 이제 십여 년 후면 저와 아내도 칠순잔치를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월처럼 빠른 건 또 없다더니 올해로 어언 33년을 동고동락하는 아내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건강이 안 좋아 노심초사의 단초가 되는 사람이 또한 아내죠.
 
그렇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지쳤을 때는 뒤에서, 즐거울 때는 앞에서, 또한 위로할 때는 옆에서 항상 아내와 함께할 것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상기하면서 말이죠.
 
노을이 아름다운 건 구름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이 아름다운 건 이루어야할 꿈이 있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살아가는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고 아내가 아름다운 건 늘 그렇게 골골거리면서도 현모양처로서의 처신(處身)엔 결코 빈틈을 보이지 않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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