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홀렸다간 ‘뿅~’ 소주보다 독한 ‘방 두 나뛰렐’
달콤함에 홀렸다간 ‘뿅~’ 소주보다 독한 ‘방 두 나뛰렐’
최해욱의 ‘와인 이야기’ㅣ와인과 브랜디의 만남
  • 최해욱
  • 승인 2012.07.09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4학년의 졸업 논문 심사 끝났다. 이번 학기 내내 학생들의 졸업논문들을 지도하며 계속해서 맞닥뜨렸던 한 가지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에는 ‘포트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알코올 강화 와인’의 여러 가지 양조방법에 관한 실험이었다.

외국과는 다르게 양조용으로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비티스 라 부르스카(Vitis Labrusca)’종의 포도로 포도주를 생산해야하는 우리나라 생산자나 연구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 품종의 부족한 점을 보완 할 수 있는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이 주된 목표 중의 하나 이다 보니 다수의 주제가 알코올 강화 와인인 것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다.

일반적인 와인(Vin tranquille)들은 수확된 포도즙 속의 당분들이 효모(Levure)에 의해서 모두 알코올로 전환된 후 자연적으로 발효를 멈추어 만들어진다. 효모들은 발효 초기에 포도즙 속의 비교적 풍부한 산소(호기성 조건)를 가지고 개체증식을 한 후 무산소(혐기성) 조건하에서 자신이 내성을 가질 수 있는 알코올 농도까지만 당을 알코올로 변환시킨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을 생성하는 효모들은 약 15-16%까지 알코올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발효주들은 이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고, 이 이상의 알코올 함량을 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프랑스 남부 루시옹(Roussillon) 지방의 대표적인 알코올 강화 와인 ‘모리(Maury)’

이와는 조금 다르게 알코올 강화와인들은 포도즙 속에 포함된 당분들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로 변환되기 전 고농도로 증류된 알코올을 첨가함으로써 포도즙 속의 효모들을 비교적 발효 초기에 불 활성화시켜 알코올 발효를 종료 시키고 잔당을 남겨 만들며, 이는 한 가지 독특한 와인 스타일을 이루고 있다.

먼 옛날 포도주는, 유리병과 코르크를 이용하여 장기보관 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담근 후 시어지기(산화되거나 초산균에 오염되어 식초화 되는 현상) 전까지 소비해야 하는 술이었고 특히 남부 지방에서 더운 날씨로 인하여 저장 기간이 더욱 짧아지다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알코올의 함량을 높여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취약한 산화에 대비하여 보관성을 향상시켜 생산한 포도주이다.

항구와 해안가 지역에서는 뱃사람들의 고된 장거리 항해의 노고를 달래주는데 필요한 특이한 술, 알코올이 강하면서 저장성이 좋고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와인을 원했던 것이다. 이 당시 뱃사람들은 향미와는 거의 상관없는 단순히 사탕수수를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만 높인 럼주를 주로 소비했다. 이런 이유로 일반 포도주의 알코올 도수는 12-14%인데 반해 알코올 강화와인은 18-21%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알코올 강화 와인들은 남부 지역의 해안가를 중심을 발달했고 중세 이후 해상세력(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들의 번영과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의 3대 알코올 강화 와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포트(Port)’와 ‘마데이라(Madeira)’ 그리고 스페인의 ‘셰리(영:Sherry, 불:Xérès)’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마르살라(Marsala)’,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Malaga)’를 비롯하여 프랑스에서 생산되고 있는 유명한 로드비(L'eau de vie:과실을 증류해서 만든 브랜디)인 꼬냑(Cognac)을 첨가해서 만든 ‘피노드 샤랑뜨(Pineau de charante)’, 필자가 한때 일했던 도멘에서도 생산되었던 아르마냑(Armagnac)을 첨가해서 만든 가스꼬뉴(Gascogne)의 명품 ‘플록 드 가스꼬뉴(Floc de gascogne)’, ‘막방 듀 쥬라(Macvin du Jura)’ 등은 양조법상 VDL(Vin de Liqueur)에 속하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양조 원리는 비슷하지만 이 보다(VDL)는 조금 더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하에서 생산되고 있는 알코올 강화와인들이 있으니 이들을 통칭 ‘방 두 나뛰렐(Vin doux Naturel : 줄여서 VDN)’ 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프랑스 남부 ‘랑그독 후시용(Languedoc-Roussillon)’ 지역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생산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스페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프랑스인의 눈으로 본다면 아주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고 본토 언어(Française)와는 완전히 다른 특유한 방언인 카탈란(catalogne)어를 사용한다.

▲태양열 아래 숙성중인 알코올 강화 와인

이곳에서 생산되는 VDN은 VDL과는 다르게 포도품종, 단위면적 당 포도의 수확량, 포도즙의 당분함량, 첨가되는 로드비(L'eau de vie : 과실을 증류해서 만든 브랜디)의 종류과 알코올 함유량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최상의 알코올 강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특히 첨가하는 브렌디의 알코올 함량은 96%이상으로 VDL등이 정하는 70-80%보다 더 순수한 브랜디를 사용해 완성된 와인에서 농축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안타깝게도 이 지역은 영국에서 출발하여 이베리아(스페인) 반도를 완전히 돌아와야 하는 험난한 항로로 인한 지역적인 고립 때문에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여타 알코올 강화와인보다 월등한 품질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대중성을 인정받은 포트나 마데이라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와인들이 숙성되고 있는 루시옹(Roussillon)지역의 바니율(Banyuls)이나 모리(Maury)의 양조장에서 수세기동안 나무통에서 잠을 자며 특유의 풍미를 뿜고 있는 장엄한 광경속의 그들과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알코올 강화와인이 들어서있는 매장의 가판대 위에서 그들을 고르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으니라.
 

 

와인 구매 팁

입안에서 초콜릿이 폭발하는 느낌 원한다면 모리·바니율이 제격

알코올 강화 와인은 크게 VDL과 VDN으로 나뉜다. 포트와인, 마데이라, 셰리 등은 VDL의 한 종류라 생각하면 크게 다를 것이 없다. VDN은 VDL중에서 품질규정을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라 보면 되고 대표적인 것으로 Maury, Banyuls가 있으며 조금 더 짜릿한 감동을 원한다면 Banyuls Grand crus가 있다.
일반 와인과 같이 레드(tuilé)와 화이트(ambré)가 있으며 특유의 산화된 향취 말린 자두, 아몬드, 벌꿀 등의 복합적인(Complex)향미를 뿜으며 식전주로도 좋지만 달콤한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특히 다크 초콜릿과 함께 마신다면 입안에서 초콜릿이 폭발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특유의 저장성 덕에 50년 숙성을 기본이고 품질과 저장 상태에 따라서는 100년 이상도 보관이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