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산시 고북면 사기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배움교실 졸업식에서 나란히 졸업장을 받은 박순섭(74)-한선산(73)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겨우 자신의 이름 석 자 정도 쓸 수 있을 뿐 한글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
한 할머니는 “어릴 때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여자가 무슨 학교냐'며 못 다니게 했다. 결혼을 하고서는 자식들 키우고 농사일 하느라 공부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건 지난 2007년 12월. 마을에 한글 해득을 위한 배움교실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들은 한 할머니는 마을에서 첫 번째로 등록을 마쳤다.
박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며 손사래 쳤지만, 할머니의 계속된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며 결국은 함께 등록했다. 나란히 배움교실에 입학한 부부는 그 때부터 매주 두 차례 있는 수업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농사일 하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말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부부는 서로가 응원과 격려로 6년 2개월만에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이날 감격스런 졸업장을 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가슴 속 한을 이제야 풀게 됐다”며 “배움의 길을 열어준 서산시와 성심을 다해 늦깍이 학생들을 가르쳐 주신 강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산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배움교실에서는 현재 45개 마을에서 736명의 어르신이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배움의 한을 푼 어르신이 6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