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우 作 '봄'
가을 가고 결박 풀려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당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 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 감는 소리, 타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야, 달아.
올 겨울 유난히 우리 땅에서 수난을 받은 철새들 무리는 이미 떠난 지 오래지만 억울한 누명을 벗고 가겠다는, 아직 떠나지 못한 철새 몇 마리들이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툭하면 말 통하지 않는다고 동물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인간들과 함께 살기가 점점 어려워, 내년에 다시 찾겠다는 결심마저 흔들리고 있나봅니다.
토목공사에 환장한 인간들이 여기저기 환경을 파괴하곤, 새로운 문명 건설이라고 떠들어대고, 그나마 인정을 베풀었던, 가을에 탈곡한 뒤 볏짚을 논바닥에 남겨 두더니만 농가부수입이다 뭐다 해서 ‘건포 사일리지’를 만들어 낙곡하나도 없이 싹쓸이 해가고, 토질은 화학비료에 물들어 예전처럼 저수지나, 논바닥에 앉기가 두려우나 봅니다.
허긴 인간윤리도 제대로 지탱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동물윤리가 있을리 만무 하지만, 오랜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찾아왔던 그리운 강산을 봄이 왔다고 떠나가라는 계절의 지시를 머뭇거리고 있는 철새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의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인간들은 자신들도 철새와 같은 무리인지를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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