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과 ‘빨간 넥타이’
육동일과 ‘빨간 넥타이’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4.04.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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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당내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육동일 충남대 교수가 15일 박성효 경선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컷오프 탈락에 대해 승복 입장을 밝혔지만 심사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던 육 교수는 당시 “원래 빨간 넥타이를 싫어했는데 이제 빨간 넥타이를 안 매려 한다”는 말로 새누리당에 대한 깊은 실망과 출마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했다.

“모든 의혹과 불공정을 이번에도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경선을 통해 선출될 새누리당 공천자들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당원으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경선과정에는 개입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선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어떤 정당도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을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일침을 가할 정도로 정치혁신과 구태청산을 기치로 시장에 출마했던 육 교수의 정치신인, 또는 학자적 자존심은 남아있는 듯했다.

그런 그가 결국 이날 다시 노병찬·박성효·이재선 세 후보의 경선경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자신은 “박 후보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면서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선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이번 경선이 여전히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면서도 “박 후보 당선과 새누리당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나친 자기모순, 또는 합리화가 아닐 수 없다.

항간의 대전시장 경선 외부 개입설을 언급하며 불공정한 경쟁을 비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이제와 자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일명 ‘선거판’에 개입한 것은 물론, 불신을 퍼붓던 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날 지지명분으로 내세운 박 후보와의 오랜 인연, 정책과 비전의 일치, 그리고 누가 대전발전을 위해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앞으로 캠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요구하지도 제의받은 적도 없고, 대전발전 전문가로서 평생 정책을 다룬 입장에서 이것만큼은 꼭 반영하고 싶다는 남기고 싶다”는 목소리도 그의 오락가락하는 말과 행동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특히나 앞으로 혹시 있을 대덕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차차 새로운 목표를 세우겠지만 아직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목표나 계획은 전혀 없다” 면서도 “당원 입장에서 당이 혹시라도 제안을 한다면 검토할 권리와 의무는 있을 것” 이라고 사족을 단 부분은 새로운 논란거리만 만들어 놓은 셈이 됐다.

“이제 빨간 넥타이를 안 매려 한다”고 마지막 자존심을 걸었던 육 교수가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다시 빨간 넥타이를 매게 될지, 아니면 넥타이 대신 빨간 점퍼만 걸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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