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입
남자와 입
부메랑을 안 맞는 법
  • 일필휴지 시민기자
  • 승인 2014.05.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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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가을의 경제적 시련은 혹독했다. 스티브잡스는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꾸었다지만 그 반대 선상의 어떤 역린(逆鱗) 현상으로 말미암아 나는 죽을 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 문화의 착근은 가뜩이나 감소하고 있는 독서 인구를 삽시간에 휩쓸어가는 쓰나미와도 같은 악재로 작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매달 늘기만 하는 빚에 더 이상 무기력하게 매를 맞기만할 순 없었다.  

그래서 얼추 20년 가까이나 몸을 담았던 언론사의 마케팅 부장 직을 내놨다. 어차피 판매실적에 준하여 받는 수당 체계의 임금구조였기에 퇴직금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찬바람이 유난하던 3년 전 가을은 산에 올라가도 한겨울의 삭풍인 양 뼈까지 시렸다.  

그렇게 놀 수 없어 어찌어찌 경비원으로 취업을 했다. 지난 시절의 무용담과 판매의 달인이란 영광마저 집어던지고 오로지 가장 밑바닥의 경비원 임무에만 충실하리라 다짐하면서...  

같이 일하게 된 선배이자 소위 짝꿍으로 불리는 동료는 그러나 성격이 괴팍했다. 매사에 불만이 가득했고 또한 긍정적 마인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에게 맞추고자 비위와 쓸개까지 떼어놓고 심지어는 비굴한 아부까지 떨었다.  

또한 툭하면 술을 사려 노력했고 매사 선배님 제가 몰라서 일이 서툴러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멸시까지 일삼았다. ‘참나무로 참았지만 결국 한계의 종착역에 이르렀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담판을 지었다. “당신이 대체 뭔데 열심히 살려는 내 인생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거요? , 당신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하고 허투루인 무지렁이 아닙니다. 내 비록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수십 년 독학한 끝에 나이 오십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마쳤으며 내처 수필가 등단에 이어 (투잡으로) 지역 언론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합니다. 내 딸은 서울대까지 나온 재원이고요!” 

그러자 비로소 주춤하면서 이후 나에 대한 홀대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라는 건 그처럼 최악의 경우까지 가게 되면 웬만해선 회복이 어려운 법. 결국 나는 그 직장에서 현재의 직장으로 이동했다.  

지난달에 새로운 경비원이 들어와 내 짝꿍이 되었다. 그런데 남자가 말이 많아 탈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입이 무거워야 하거늘.  

할 말 못할 말 마구 지껄이는 것도 모자라 괜스레 직원들 간에 이간질까지 일삼는 바람에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된 그는 급기야 세 달 수습 기간 후에 정식 채용이란 벽에까지 걸리게 생겼다.  

입은 말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수다와 달리 남자의 입은 꼭 할 말만 해야 역린과 역풍의 부메랑을 안 맞는 법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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