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날 땐, 목소리 아닌 미소 남기고 싶어요”
“세상 떠날 땐, 목소리 아닌 미소 남기고 싶어요”
[굿모닝충청인] 노래 재능기부 공무원 김춘호 충남도 토지관리과 주무관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05.23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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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가 중저음이라서 민원인들에게 ‘성우해도 되겠다’라는 칭찬을 듣습니다. 그러면 저는 ‘얼굴이 못생겨서 안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죠. 사실 저는 성우보다는 성악가를 꿈꿨습니다”

 

충남도청에 성악을 전공한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춘호(47‧사진) 충남도 건설교통국 토지관리과 주무관. 김 주무관은 그의 전공답게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민원인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는 또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김 주무관은 그가 다니는 광천평직교회에서 장애인과 노인 등을 상대로 노래를 알려주는 등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노래를 통해 장애인 등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싶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혼날 줄 알고 찾아간 교무실, 음악의 시작은 그때부터
김 주무관을 만난 대부분 민원인들은 그의 목소리에 대해 칭찬을 하고 있다고. 중저음인 그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귀에 속속히 들어올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홍성 광천중학교 2학년 때 목소리 때문에 교실을 뛰쳐나간 적이 있다. 당시 김 주무관은 음악 가창 실기 시험으로 ‘사공의 노래’를 불렀는데, 반 친구들은 그의 노래 2마디를 듣자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변성기를 맞이한 김 주무관의 목소리가 친구들에겐 생소했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상처를 받아 교실을 뛰쳐나가 뒷산으로 도망갔다. 그러다 나를 찾는 학교 방송이 나와 다시 교무실로 갔다”며 “무서운 체육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잘못을 빌 각오로 교무실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은 나를 음악 선생님에게 데리고 갔다”고 밝혔다.

당시 음악 담당인 김종술 교사는 김 주무관의 특이한 목소리에 흥미로워했다고. 김 교사는 그에게 “음악을 배운 적이 있느냐”라고 물어봤고 시골동네에서 자란 그에게 전문 음악은 생소한 부분이었다. 김 주무관은 이에 대해 재밌는 에피소드를 소개시켜줬다.

“시골 동네라서 전기가 안 들어와 카세트를 접할 기회가 업었어요. 선생님은 그런 저를 믿지 않았죠, 그런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선생님 집에서 저를 합숙시키면서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홍성군 콩쿠르에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김 주무관은 2년 간 김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김철수 목원대 교수에게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워 군산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했다.

故 김근태 의원으로 다시 시작한 음악, 하지만…
그러나 그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한국사회에서 돈 없고 연줄 없는 사람이 예체능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현실의 벽이다. 그래서 김 주무관은 지난 1992년 홍성교도소에서 재소자를 관리하는 교정직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故김근태 전 의원. 그는 집시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입소한 김 전 의원과 인연을 쌓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 김 의원은 “고여 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출소했다.

그 말에 감명을 받은 김 주무관은 다시 음악을 시작했지만 그에겐 경제적 문제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비록 음악을 포기하고 다시 공직사회로 들어갔지만 그는 또 다른 의인을 만났다.

김 주무관이 다니는 광천평직교회의 신흥식 목사가 그 주인공인데, 신 목사는 대검찰청을 다니다가 사직,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신 목사는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며, 인간적인 매력으로 사람에게 반한 적은 신 목사가 처음”이라며 “신 목사를 도와 장애인과 노인 등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가르쳐 주는 등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 벽, 음악으로 허물고 싶어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주무관은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교적인 이유로 술‧담배를 멀리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노래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퇴근하면 조용한 곳에서 1시간 씩 발성 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교회 예배당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김 주무관은 자신의 좋은 목소리를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장애인 분들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구체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어요. 제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을 가르쳐 그분들이 즐거움을 얻는다면 저도 행복합니다”

그가 노래를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져, 다른 장애인들도 교회에 찾아온다고. 김 주무관은 장애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장애의 벽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들도 사회생활을 할 상황이 오게 되는데,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이질감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그들이 일반인과 함께하는 교량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지금은 제가 목소리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세상을 떠날 때에는 목소리가 아닌 미소를 띤 얼굴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습니다”충남 홍성 출신인 김 주무관은 군산대에서 성악과를 전공, 지난 1992년 공직사회에 입문해 홍성교도소, 안면도 휴양관리사무소, 황해자유구역청 등을 거쳐 현재는 도청 토지관리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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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쾨끼리 2014-07-04 12:56:17
너무 조아요.
김 주무관의 목소리른 조선에서 최고죠.
돈이 없어서 대학을 가지 못해서 그러치 아마도 조선에 없는 저음, 무게가 있는 저음, 다 감동할 수 있는 저음. 그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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