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 ‘새로운 출발을 향해…’
염홍철 대전시장 ‘새로운 출발을 향해…’
30일 오후 시청서 토크 콘서트 형식 퇴임식… “시정 영향력 있을 수 없는 일”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4.06.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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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퇴임식을 가진 염홍철 대전시장이 시청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전시청을 떠나고 있다.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관선시절부터 민선 3기와 5기 10년 동안 대전시장으로서 시정을 이끌어 온 염홍철 대전시장이 30일 공식 퇴임했다.

염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토크 콘서트’ 형식의 퇴임식을 갖고 30여년 몸 담았던 공직과 이별을 고했다.

퇴임사를 하고 있는 염 시장.
퇴임식에는 대전지역 주요 기관·단체장과 학계·종교계·일반 시민 등 700여명이 참석해 이별의 아쉬움을 함께 하고 새 출발을 축하했다. 또 문화예술·복지·사회적 자본 분야 등을 대표하는 패널 5명이 참석해 염 시장과 대화를 나눴다.

염 시장과 패널 등 참석자들은 그동안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점 등 서로의 소회를 밝혔다. 염 시장은 퇴임 후 계획을 소개하며 자연스런 무대를 이끌었다.

퇴임식 중간에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뮤지컬 ‘나를 태워라’ 등 축하 공연도 곁들여졌다.

퇴임식에 앞서 염 시장은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한 ‘시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 우려에 대해 “물러나는 시장이 시청 앞에 사무실이 있든, 없든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0.1%의 가능성도 없는 얘기다. 시장 선거에 불출마한 사람이 무슨 미련이 있다고 시정에 대해 이야기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염 시장과 직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어 “내일부터 새로운 시장이 들어오는데 저하고 갈등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추기는 기사는 대전 발전과 시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권 당선인도 행정을 잘 알고 성품이 합리적인 사람이니 무리 없이 잘 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염 시장은 퇴임식 후 시청 실·국장, 공기업·출연기관장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대전시청을 떠났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염 시장 퇴임식.

다음은 염 시장 퇴임사 전문.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

저는 4년 전, 시민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민선 5기 대전시장직에 취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겸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시장직을 마치고 오늘부터 여러분의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4년 동안, 기쁜 일도 많았고 더러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시민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제 맡은 바 책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으로서 시민 여러분께 마지막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동안, 제 등 뒤에서 언제나 말없이 저를 지지해준 가장 가까운 친구인 아내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제 아내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직업인 저와 달리 유명세를 치르는 것을 힘들어 했지만, 늘 제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고 양보해 주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아내에게 이 글을 통해, ‘당신을 만난 건 내 생애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말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친애하는 공무원 여러분 !

공직을 먼저 마감하는 선배로서 오늘 공무원 여러분께 제 경험을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절반도 넘는 40여년이라는 시간을 공직생활에 바쳤습니다.

따라서 제 삶은 다분히 국가와 국민, 그리고 시대적 요청에 순응해온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구보다 새롭고 효율적인 일과 삶의 방식을 늘 모색해 왔습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공직자는 연애하는 심정으로 시민을 만나야 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가 좀 무리한 부탁을 해도 바로 거부하지 않듯이, 시민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엮어 언젠가 ‘연애에 빠진 시장’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도 있지만 이는 공직생활 동안의 제 철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했습니다.
동료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공직사회에 발을 디딘 저로서는 자연스레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려 돕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우리가 체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므로 상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독서와 사색을 통해 인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체력을 키우고 부지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지만, 새벽 5시 기상해서 조간신문을 훑고 운동을 한 연후에 맑은 정신으로 일찍 출근하는 습관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목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칫, 남다른 근면이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은 귀띔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로 좋은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좋은 과거를 축적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가짐 또한 필요합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항상 그만한 실망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노파심에서 하나 더 첨언하자면, 공직을 수행하는 일은 때로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저의 경우에는 링컨 대통령, 세종대왕,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공자와 맹자, 티벳의 고승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역사 속의 선현들로부터 답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최선의 답을 해주었고 그 답은 항상 옳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공무원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일로 인해 공무원 사회의 사기가 무척 떨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질책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을 다잡아 묵묵히 맡은 바 공무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뒤에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

저는 20여 년을 대전에서 공직자로, 때로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비록 대전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고교시절부터 저를 품어준 대전을 사랑했으며, 1993년 임명직 시장으로 다시 대전에 돌아온 이후에도 제가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 민선시장으로 두 번이나 더 일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고, 이 외에도 대전과 관련된 여러 일을 하는 동안 20여년이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 시장이라는 자리는 일이라기보다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영혼을 맑게 닦아 주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하나의 수행(修行)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전에서 보낸 20년은 행복했습니다. 거기에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시민들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인간적으로도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전 토박이 못잖게 대전의 길과 강과 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마을과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대전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나무가 나이테를 안으로 새기듯, 제 마음 중심에 그간의 추억이 켜켜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과 공무원 여러분 !

지난 4년은 제 삶에서 가장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전을 위한 제 소명을 다하고 명예로운 마무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대전이 국토의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과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의 가시화, 사회적자본 확충 등에는 제 스스로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더 채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만, 이제는 저보다 더 훌륭하신 후임시장께 그 역할을 넘겨드려야 할 때입니다.

석별의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벌어질 새로운 생활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장’이라는 직함으로 시민들을 만났지만, 앞으로는 누굴 만나던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될 터이고 상대방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지금껏 쌓아온 여러분과의 추억이 다시 제 미래를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시민여러분 댁내에도 언제나 햇살 가득한 웃음이 넘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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