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토크 콘서트’ 형식의 퇴임식을 갖고 30여년 몸 담았던 공직과 이별을 고했다.
퇴임식에는 대전지역 주요 기관·단체장과 학계·종교계·일반 시민 등 700여명이 참석해 이별의 아쉬움을 함께 하고 새 출발을 축하했다. 또 문화예술·복지·사회적 자본 분야 등을 대표하는 패널 5명이 참석해 염 시장과 대화를 나눴다.
염 시장과 패널 등 참석자들은 그동안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점 등 서로의 소회를 밝혔다. 염 시장은 퇴임 후 계획을 소개하며 자연스런 무대를 이끌었다.
퇴임식 중간에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뮤지컬 ‘나를 태워라’ 등 축하 공연도 곁들여졌다.
퇴임식에 앞서 염 시장은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한 ‘시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 우려에 대해 “물러나는 시장이 시청 앞에 사무실이 있든, 없든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0.1%의 가능성도 없는 얘기다. 시장 선거에 불출마한 사람이 무슨 미련이 있다고 시정에 대해 이야기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염 시장은 퇴임식 후 시청 실·국장, 공기업·출연기관장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대전시청을 떠났다.
다음은 염 시장 퇴임사 전문.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
저는 4년 전, 시민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민선 5기 대전시장직에 취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겸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시장직을 마치고 오늘부터 여러분의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4년 동안, 기쁜 일도 많았고 더러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또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동안, 제 등 뒤에서 언제나 말없이 저를 지지해준 가장 가까운 친구인 아내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제 아내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직업인 저와 달리 유명세를 치르는 것을 힘들어 했지만, 늘 제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고 양보해 주었습니다. 친애하는 공무원 여러분 ! 공직을 먼저 마감하는 선배로서 오늘 공무원 여러분께 제 경험을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절반도 넘는 40여년이라는 시간을 공직생활에 바쳤습니다. 따라서 제 삶은 다분히 국가와 국민, 그리고 시대적 요청에 순응해온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구보다 새롭고 효율적인 일과 삶의 방식을 늘 모색해 왔습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공직자는 연애하는 심정으로 시민을 만나야 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가 좀 무리한 부탁을 해도 바로 거부하지 않듯이, 시민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체력을 키우고 부지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로 좋은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좋은 과거를 축적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가짐 또한 필요합니다. 그럴 때 저의 경우에는 링컨 대통령, 세종대왕,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공자와 맹자, 티벳의 고승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역사 속의 선현들로부터 답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최선의 답을 해주었고 그 답은 항상 옳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공무원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일로 인해 공무원 사회의 사기가 무척 떨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질책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을 다잡아 묵묵히 맡은 바 공무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뒤에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 저는 20여 년을 대전에서 공직자로, 때로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 시장이라는 자리는 일이라기보다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대전에서 보낸 20년은 행복했습니다. 거기에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시민들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인간적으로도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전 토박이 못잖게 대전의 길과 강과 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마을과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대전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나무가 나이테를 안으로 새기듯, 제 마음 중심에 그간의 추억이 켜켜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과 공무원 여러분 ! 지난 4년은 제 삶에서 가장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더 채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만, 이제는 저보다 더 훌륭하신 후임시장께 그 역할을 넘겨드려야 할 때입니다. 석별의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벌어질 새로운 생활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장’이라는 직함으로 시민들을 만났지만, 앞으로는 누굴 만나던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될 터이고 상대방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지금껏 쌓아온 여러분과의 추억이 다시 제 미래를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시민여러분 댁내에도 언제나 햇살 가득한 웃음이 넘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