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또 올린다고? 끊어, 말어?”
“담뱃값 또 올린다고? 끊어, 말어?”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4.07.0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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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동 행정팀장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야, 너 또 담배 피우러 나가니? 작작 좀 펴대라. 폐 썩겠다.”
“식후불연초면 삼초즉사다. 네가 어찌 애연가의 마음을 알리요? 너는 절대 피지 마라!”
“아주 지X을 하는구나… 그래 이 세상 담배 네가 다 피워라, 임마! 저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지난 주 대학 같은 과 동기 모임에서 비흡연자들과 흡연자, 자칭 애연가들 사이에 애정 어린 설전이 오갔다. 물론 주제는 흡연과 금연에 대해서다.

“뭐가 좋다고 아직도 입에 담배를 물고 다니냐? 요즘 금연이 트렌드인 것도 모르냐?”
“뭣 같은 직장생활에 담배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 평생 입 꼬리에 담배 달고 살아도 무병장수하는 사람들 많다. 담배 값이 아무리 올라도 나는 담배 못 끊겠더라.”
“저게 아주 죽을병이 걸려봐야 정신 차리지. 와이프나 애들 잔소리가 지겹지도 않냐?”
“이참에 아주 담뱃값을 한 10만 원쯤으로 올려야 돼. 으이구…”

두 친구 녀석의 옹알이는 오래지 않아 그쳤다. 두 녀석의 말에 모두 공감이 갔다. 몸에 좋지도 않다는데 오죽하면 담배를 낙으로 삼을까하는 이해가 되기도 했고, 담배를 피지도 않으면서 불쾌한 냄새가 온 몸을 감아 돌고 간접흡연 피해까지 입다보니, 흡연자들에게 눈총을 쏴대지 않을 수 없는 담배 혐오론자들의 입장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날 친구 녀석들의 설전은 결국 담뱃값 인상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담배도 기호품인데, 또 다 큰 성인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냐? 요즘은 담배 안 끊는 사람들이 더 독하다할 정도로, 그 수많은 눈치를 보며 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정도 헤아려야지.”
“야, 오죽하면 정부까지 나서서 담뱃값을 올린다고 하겠냐. 그게 다 국민들 건강을 위해서지. 국민들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지는 거 아니냐.”
“담뱃값 몇 만원으로 올리면 돈 없고 힘도 없는 서민들은 어쩌란 말이냐. 그게 다 서민들 주머니 털어 세금 올리려고 하는 짓이란다. 그 뭣이냐, 조세 역진성인가 그런 말도 있잖아.”
“우리나가 OECD 국가들 중에서 담뱃값이 제일 싸고, 그래서 흡연율은 제일 높다더라. 국민들 흡연율 낮추려고 하는 노력이지.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겠냐. 저 자식은 늘 저렇게 삐딱선이야.”
“야, 야 그만들 하고 술이나 마시자. 우리가 백날 얘기해봤자 달라지는 거 있냐. 그냥 필 놈은 피고, 안 피는 놈은 배우지나 말자.”

보건복지부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10년째 묶인 담뱃값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데다, 기획재정부도 인상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국회에 계류 중인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도 9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는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환영과 반발의 기류도 함께 감지된다.
담배만큼 널리 사랑받아온 기호품도 드물 것이다. 정조 임금은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해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다’며 담배 예찬론을 폈다.

이밖에 소설가 김동인, 수주 변영로, 공초 오상순 등도 담배와 지독한 연을 맺은 공초가들이다. 오상순은 결혼식 주례에서도 담뱃불을 끄지 않았다고 한다. 수년전 스페인에서는 애연가들이 ‘금연과의 전쟁’을 선포,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 증세 논란으로 또 다시 발목이 잡힐지, 국민 건강권을 우려해 현실화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격을 올려 담배를 끊게 만든다는 생각이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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