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보자마자 숨이 멎는 듯 했다. 우리 아들이 떠난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의 감정에 이입됐다”며 “그 뒤 우리 유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을 두 번 찾았다”고 회상했다.
사고 다음날, 팽목항을 찾았지만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경황이 없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약 일주일 후인 25일, 다시 한 번 찾은 팽목항에서 유가족들은 마침내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그 분들이 태안 참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우리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죄인이다’라고 전했고 그 쪽에서도 ‘작년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팽목항 방문 뒤 태안 유가족들은 목표 해양경찰서 상황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떠났던 상황과 비슷함을 느꼈다. 정확한 원인 규명보다는 사고를 빨리 덮으려는 정부 관계자의 이른바 ‘땜빵식’ 발언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후,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무렵, 이 대표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고석 어린이재단 대표였다. 고 대표는 지난 1998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로 인해 당시 유치원생이던 쌍둥이 두 딸을 한꺼번에 잃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청와대 1인 시위 등을 하면서 우리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세상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며 “우리 입장에서 세월호 사고는 1년 전 해병대 캠프 사고와 판박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고 대표로부터 어떤 안전문제든 간에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함께 나서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이 대표는 고 대표와 황명혜 대구지하철 참사대책위언회 사무처장과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그리고 대화의 산물로 ‘(가칭)재난안전가족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다시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절한 울부짖음이 대한민국에서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미 이들은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지원 ▲정부를 향한 안전문제 조언 ▲사고 시 유가족과 정부의 원활한 합의 지원 등의 내용을 가지고 활동할 계획까지 마련해 놨다.
공식 발족식은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리는 18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사고가 일어나면, 감정을 이입해 자신들의 일처럼 아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남의 일로 인식하고 관심도 차갑게 식어만 간다. 유가족들이 가장 가슴아파하는 것은 이런 사고가 빨리 잊히고 무엇보다도 정부 등이 재발방지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협의회는 재발방지에 대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씨랜드‧세월호‧사설해병대캠프 등 각종 참사의 발생 원인과 진상 규명 등의 내용을 통합할 예정”이라며 “또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백서를 만들어 세상에 알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