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월요편지-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염홍철의 월요편지-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 염홍철
  • 승인 2014.07.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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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번째 월요일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처방이 당연히 요구되나 장기적으로는 문화와 관행을 바꿔 우리 사회의 토양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한 작은 시도로 대전사랑시민협의회에서는 작 년부터 ‘3천원 행복나눔’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매월 3천 원씩을 기부하면 그것을 모아 소외된 저소득계층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3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직업군도 다양합니다. 구두수선 아저씨, 야쿠르트 아줌마를 비롯하여 일반 서민들과 공무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1년 동안 모은 총 1억 원 이상의 기금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시력교정수술, 연탄・난방유・밑반찬 배달, 쪽방마을 및 복지기관 지원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3천원 행복나눔’이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한 방울마저도 붓지 않는다면 바다의 물은 한 방울의 양만큼 줄어들겠죠.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에 ‘3천원 행복나눔’은 2주일 동안, 대전의 ‘사랑의 밥차’와 연대하여 진도 팽목항 현장에 나가 참사를 당해 애통해 하는 유가족과 수색작업에 참여하는 민・관・군 종사자들에게 급식봉사를 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삼천원 행복나눔’운영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에 있는 10명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근무를 하고 있는 승조원과 잠수요원들을 위한 특식(자장면과 탕수육)을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를 하였습니다.

저도 그때 자원봉사자의 한 사람으로 팽목항에 처음 따라갔습니다. 하늘은 비어있고, 바다는 침묵했지만 땅 위에서는 내리쬐는 땡볕 아래 목사님들, 스님들, 진도의 자원봉사자들, 공무원, 해경, 해군들이 무거운 표정 속에서도 실종자분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 같은 어둠도 있지만 이분들과 같은 빛도 있기에 유지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깊이 받았습니다.

일찍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버트런드 러셀은 타계하기 몇 년 전, <인생을 뜨겁게>라는 자서전을 통해, 강렬한 3가지 열정이 자신의 인생을 지배했다고 회고하면서 그중의 하나가 ‘인류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라고 했습니다. 러셀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굶주리는 아이들, 압제자들에게 핍박받는 희생자들, 자식들에게 미운 짐이 되어 버린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외로움과 궁핍과 고통이 가득한 곳이 도처에 있기에 자신은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합니다. 이러한 연민은 그저 연민에 머무르지 않고 러셀로 하여금 핵무기 반대운동 등에 앞장서게 하는 동인(動因)이 되기도 합니다.

러셀처럼 그 동인이 연민이든 사명감이든 인생에서 결국 남는 것은 봉사와 배려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의 척도는 물질과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와 배려에 있으며 그 시간 동안 맛본 보람은 행복과 비례합니다. 러셀이 그러하였듯이 불우한 이웃에 대한 배려와 봉사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이것들이 쌓여 우리들 개개인의 인생 결산서가 될 것입니다.

진도 앞바다의 구슬픈 파도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어른거립니다. 그러나, ‘3천원 행복나눔’ 봉사자들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인생 마지막에 웃을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좀 덥지만 7월의 마지막 주를 보람과 행복으로 장식해보시기 바랍니다.

길에 관한 생각
-고재종

마음은 쫓기는 자처럼 화급하여도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깨닫는 것일까. 새벽에 일어나
흰 이슬 쓰고 있는 푸성귀밭에 서면
저만큼 버려두었던 희망의 낯짝이 새삼
고개 쳐드는 모습에 목울대가 치민다. 애초에
그 푸르름, 그 싱싱함으로 들끓었던 시절의
하루하루는 투전판처럼 등등했지. 그 등등함만큼
쿵쿵거리는 발길은 더 뜨거웠으니
어느 순간 텅 비어버린 좌중에 놀라,
이미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타협해 버린
연인들처럼, 그렇게, 한번 그르쳐 든 길에서
남의 밭마저 망쳐온 것 같은 아픔은 깊다.
살다 보면 정 들겠지, 아니 엎어지든 차이든
가다 보면 앞은 열리겠지, 애써 눈을 들어
먼 산을 가늠해 보고 또 마음을 다잡는 동안
세월의 머리털은 하얗게 쇠어갔으니, 욕망의
초록이 쭉쭉 뻗쳐오르던 억새풀 언덕에
마른 뼈들 스치는 소리는 생생하다. 그 소리에
삶의 나날의 몸살에 다름 아니던 별들은
또 소스라치다 잦아드는 새벽, 오늘도
푸성귀밭에 오줌발을 세우는 것은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갑오패 같은 그리움
이토록 질기다는 것인지. 어디서 종은
또 울고, 그러면 황급히 말발굽을 갈아 끼우고
잡목에 덮인 저 황토잿길을 올려다보는
마부처럼, 꿈에 견마 잡힌 우리도 뚜벅뚜벅
발길을 떼야 하는 일이 새삼 절실한데
소슬바람은 부는 것이다. 계절은 벌써
깊어져, 우리는 또 한발 늦는다 싶은 것이다.
한발 늦는 그것이 다시 길을 걷게 한다면
저 산도 애써 아침 해를 밀어올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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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1957년~)시인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새벽 들>,<사람의 등불>,<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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