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취업 프리패스 토익점수, 인생도?
[청년의 소리] 취업 프리패스 토익점수, 인생도?
강수진 한남대 법학전공 4학년
  • 강수진
  • 승인 2014.08.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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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진 한남대 법학전공 4학년
[굿모닝충청 강수진 한남대 학생] “토익 있어요?” 졸업을 앞두고 교내 취업지원관을 찾아간 4학년 최 양이 들은 첫 질문이었다. 없다고 대답하자 둘의 대화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 취업지원관이 토익 없이는 ‘괜찮은’ 곳에 취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어떤 직업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된 취업 준비를 해오지 못했다는 최양. 그래서 찾아간 취업지원관에게서 토익이 곧 취업이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제 토익으로 대변되는 공인영어능력시험 점수는 구직자에게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토익은 기본이고, 토플이나 토익스피킹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영어가 취업에 있어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너도 나도 토익을 준비하다보니 이제는 영어점수가 ‘성실성’을 반증하는 지표로 쓰인다고 한다.

"영어만 원하는 왜곡된 취업시장
대학교육의 방향까지 바꿔놔
10년은 행복하겠지만 그 이후엔?"

돌이켜 보면 학문적 목표가 없어도 당연히 대학에 진출하는 상황이라 과거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인원이 대학에 진학해있고 정체성을 알 수 없는 학과나 커리큘럼이 빈약한 대학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보니 서열화 된 대학들 속에 경쟁성에서 밀리는 대학들은 비교적 쉽게 학점을 주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기업들은 출신 대학을 따져 뽑는 학력 위주 선발에 반발하는 사회적 압박에 못 이겨 신입사원 선발 시 출신 대학은 고려할 수 없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자 중 인재를 가려낼 ‘변별력’을 확보할 항목이 점점 없어진 것. 공인영어능력시험 점수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병폐가 도를 넘고 있어 문제다. 취업이 너무나 어렵다보니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도 관련계열로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학생들도 이를 욕심내지 않는다. 결국은 영어가 답이라는 생각으로 취업을 위해 너도 나도 전공공부보다 영어공부에 몰입하다보니 이제 대학의 전공 구분이 무색할 정도다.

국어국문과학생들도 영어식표현에 길들여져 제대로 된 한글문법을 구사할 줄 모르고, 사학과 학생들도 역사적 사실관계보다 영어 단어에 더욱 해박한 상황이 됐다. 그래도 영어점수만 있으면 취직하는 세상이다.

결국 기계와 같은 노동인력을 생산하는 교육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인문학을 외면하고 ‘꿈꿔온 일’을 위한 전공공부를 외면하고 영어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대학생들의 미래가 과거 생각하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 하던 노동인력들과 다를 바가 무엇 있으랴. 취업 후 당장 10년은 남들보다 더 좋은 직장에서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0년 인생 시대라는 지금,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늙었을 때 영어단어만 줄줄 꿰고 있던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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