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시 읽는 아침] 오장환 作 / The Last Train
[김영수의 시 읽는 아침] 오장환 作 / The Last Train
  • 김영수
  • 승인 2014.08.0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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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간다

대합실 낡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절기상으로 대서(大暑)가 지나가고 중복(中伏)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입니다.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는 저처럼 비만인 사람은, 하루 이틀 보내기가 정말 고단하답니다.

그래도 젊었을 적엔 계룡산 계곡에 솥걸어 놓고, 윗 통 훌훌 벗어던지고 반바지에, 차디찬 물에 발 담그고서, 염치도 없이 산신령에게 실례를 범하기를 수어차례 했고, 산 중간 턱에 있는 산사(山寺)의 M이라는 자칭 땡 중 후각(嗅覺)에 걸렸는지, 들킨 건지, 초청당한 건지 모르지만 곡주(穀酒)로 대작(對酌)하며 소위 개똥같은 풍월(風月) 읖자락이며, 계룡산 능선 타듯 세상사를 오르락내리락 거렸는데, 이젠 더위뿐 아니라 육신이 종합병원이라, 삶과 죽음이 같은 연장선이라 생각 하면서도 소소한 삶에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승을 하직한지 꽤 오래된 전설(傳說)처럼 살다가 소식 없이 떠난 M선사(禪師)는 생전에 시비(是非)거리였던 비구니(比丘尼)로 혹시 환생(還生)하지 않았을까? 늘 만나면 구호처럼 외치던 “의리 있게 살자”던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들 하고 있는지 깜깜 무소식이고, 이열치열이라고 이런저런 일로 꼬드길만한 친구들도 없으니 혼자서 날궂이는 생소해서 출입을 삼가고 집지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먼 길 오고 가는 견우, 직녀의 만남 다리는 못 놓아줄망정, 운우(雲雨) 속을 관음(觀淫)이나 시샘하려는 사람들을 문턱 너머로 못 넘어오게 문지기나 되어주자던 시생(詩生)들의 기고만장하던 필력(筆力)들은 땡볕에 주눅이 들었는지, 아니면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는지 솔직히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날, 꽁생원 같이, 덥다며 선선한 무료 지하철의 고객에다, 마중 할 사람도 없는데 괜히 기차역 기다림방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무슨 일이나 있는 것처럼 쏘다니는 그래도 말거리나 되는 친구가 느닷없이 생뚱하게 삼지(三知) 운운하며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지지(困而知之)하고 문자 메시지를 대전역 맞이방 이라면서 보내 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질세라 논어 20편인 요왈편(堯曰篇)에서 부지명 무이위군자야(不知命 無以爲君子也), 부지례 무이립야(不知禮 無以立也), 부지언 무이지인야(不知言 無以知人也)라고 답을 했더니 “군자는 밥도 안 먹고 사냐?” 하면서 몇 시까지 맞이 방으로 나오라는 다시 답문을 받았습니다.   

대합실을 일본 말이라면서 ‘맞이 방“이나 ”기다림 방“으로 누가 알건 모르건 고집스럽게 쓰는 꽁생원 같은 친구는 오늘도 어제처럼 똑같이 지하철에다, 기차 맞이 방에서 세월과 붙잡고 얘기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노숙자처럼 보일까봐 꼭 책을 들고 다닌다면서 너털웃음을 웃어대는 그 친구는 여름을 잊고 삽니다. 혹시 누군가가 어디에서 내가 그를 기다리듯, 그 또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더운 여름을 식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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