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낮은 곳을 향한 교황, 큰 감동을 받은 국민
[기자수첩] 낮은 곳을 향한 교황, 큰 감동을 받은 국민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08.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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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지난 14일부터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교황 신드롬’에 빠졌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은’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떠났다.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에 故이승현 군의 아버지인 이호진 씨 등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황은 이 씨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내렸으며, 이처럼 단독으로 우리나라 신자에게 세례 성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다음날 서울 광화문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들을 손을 잡고 위로했다. 방한 이전, 광화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던 세월호 유족들과 관련해 교황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 내쫓을 수 없다”며 퇴거 불가의 원칙을 내세웠다.

교황은 같은 날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 아이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애와 버림의 이중 아픔을 간직한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의 검소하고 낮은 자세는 의전에서도 도드라 졌다. 민간 여객기의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한국을 도착했으며, 신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의전용 차량이 아닌 오픈카를 타고 다녔다. 또 서울에서 대전을 내려올 때에는 KTX를 이용하면서 역 안에 있는 시민들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수많은 가톨릭 신자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교황에게는 그만한 의전이 뒤따른다. 몇몇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때는 외국항공 여객기를 임차해 책상 등을 설치하고 침대 등 휴식 공간을 따로 마련했으며,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때는 방탄처리된 세단이 제공됐으며 방 10개짜리 펜트하우스에 머물며 스위스 호위병의 경호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깼다. 허례허식보다는 있는 그대로, 높은 곳보단 낮은 곳을 향해 움직이는 교황의 모습은 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는 저런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저런 리더십을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보고 배웠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교황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만 세월호 유족, 위안부 할머니 등 약자들이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에게 그동안 쌓여왔던 아픔들을 털어놓고, 교황이 이를 경청하는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대변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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