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정상서 불… 무제를 아십니까?
계족산 정상서 불… 무제를 아십니까?
김정곤의 대전역사 바로알기-① 계족산 무제
  • 김정곤
  • 승인 2014.08.22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곤 전통예절 및 향토사학연구가
[굿모닝충청 김정곤 전통예절 및 향토사학연구가] 지난 6월, 일이다. 단오절 일주일 뒤 계족산(팔각정 앞마당)에서 무제(巫祭)가 있었다. 우리지역에서는 기우제를 무제라고 부른다. 참여자들이 무더운 날씨에 팔각정까지 오르느라 땀깨나 쏟았다. 취재 나온 모 방송 리포터가 “힘들게 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느냐”고 불평을 섞어 물었다. 무제가 끝난 후,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갔다.

무제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아득한 옛날 이 산자락에 사람이 살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헌에 보이는 것은 세종실록지리지가 처음이다. 충청도 공주목 회덕현 조에 ‘마을사람들이 이르기를 하늘이 가물 때, 이 산이 울면 반드시 비가 온다.(鄕人云天旱此山鳴則必雨)’는 기록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지역의 기우제는 다른 특징이 있다. 계족산 정상에 장작과 생솔가지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것이다. 곧 산신의 이마에 불을 지펴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산을 강제로라도 울게 해서 비를 부르기 위한 주술의 하나였다. 이를 학자들은 ‘위협주술’이라고 한다.

이런 전통이 일제 강점기와 동란을 겪으면서 중단되었다. 그러던 것이 1995년 복원한 뒤로 매년 무제를 지내고 있다. 이제는 주민의 안녕기원제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한국민족예술축제에 참가해서 동상을 받았다. 민속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앞으로 계승 ·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계족산무제는 이미 언급한 위협주술과 함께 모방주술을 병행한다. 그 형식은 솥뚜껑 훔쳐내기, 샘굿, 암장 찾기, 비 부르기 등이 있다. 수척 골에 유왕마지(용왕맞이) 바위가 있었다고 하나 갑천 고속화도로 건설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무구(巫具)는 삿갓, 도롱이, 장작, 생솔가지, 풍물 등이 다채롭게 동원된다.

모방주술은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原因則生結果)’는 데서 출발한다. 샘굿이나 물 까부르기, 물병에 소나무 가지를 꽂아 거꾸로 매다는 행위 등이 그런 것들이다.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쓰는 것은 강우를 상징한다. 부녀자들이 솥뚜껑을 쓰고 두드리는 것은 잡귀를 쫓고 흥취를 돋우는 의미이다. 지금은 풍물이 이를 대신한다.

위협주술은 계족산 정수리(산신의 이마)에 장작과 생솔가지를 태운다. 불을 놓아 산신에게 고통을 가해서 산이 울도록 하는 것이다. 산이 울어야 비가 오기 때문이다. 장작이 타는 소리와 생솔가지 연기는 천둥번개와 구름을 상징한다. 천둥이 치고 구름이 일어야 비를 몰고 온다. 이것이 산꼭대기를 힘들여 오르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의식이 없다.

계족산 무제는 날이 가물면 마을단위로 부녀자들이 진행하였다. 그러나 하지가 지나고 초복이 다가와도 비가 오지 않으면 남자들이 주동이 되어 고을 전체의 행사로 치렀다. 농경사회에서 비는 필수이므로 날이 가물면 신에게 호소도 하고, 때로는 신을 위협(?)하기도 했다. 계족산무제는 우리지역만의 이런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계족산에 무제를 지내는 날은 읍내동은 물론 인근의 대화, 오정, 중리, 송촌, 법동, 와동, 연축, 비래, 신대 등 회덕일원의 마을이 모두 참여하였다. 당일 풍물패를 앞세우고 읍내동에 모이는데, 각자 장작 서너 개비를 가지고 왔다. 각 마을의 사람들이 모이면 수백 명이 풍장을 치면서 계족산으로 올라간다.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는 계족산 상상봉이다. 현재의 봉황정이 있는 곳이 아니라 진골(長洞)에서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다. 진골은 계족산 뒤에 있다고 해서 ‘산디 말’로도 부른다. 읍내동에서 보면 봉황정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에 있는 봉우리가 계족산의 상봉이다. 지금 무덤이 있는 자리이다. 여기에 가지고 온 장작개비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면 산이 온통 불꽃과 연기로 휩싸인다. 이때 풍물패들은 풍장을 치면서 분위기를 돋운다.

계족산 날 망에 묘를 쓰면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장동뿐만 아니라 연축동, 읍내동 주민들이 날 망의 묘를 찾아 파내기도 했다. 암장은 기복(祈福)에서 비롯된다. 지금 정상에는 묘표까지 갖춘 무덤이 있다. 엊그제 큰비를 담은 태풍이 지나갔어도 우리지역은  ‘마른장마’가 계속되는 것은 이 무덤 탓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