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군대인가 살인공장인가?
[시민기자의 눈] 군대인가 살인공장인가?
  • 홍경석
  • 승인 2014.08.25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기상~!!” 그건 정말이지 우레와 같은 고함이었다. 보기만 해도 호랑이보다 무서운 인상의 현역병이 냉큼 일어나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전날 밤 잠자리에 들기 무렵부터 잔뜩 긴장된 심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나는 머리털 나고 난생 처음으로 신병교육대에 들어온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대한민국 예비군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래서 첫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병교육대에서의 잠자리 기상은 마치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는데도 별 무리가 없었다.

"군대(軍隊)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가지고 조직된 군인의 집단.
그런데 귀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설상가상 죽기까지 한다면 이게 어찌 정상적 군대라 하겠는가!"

그러나 코를 골면서까지 자는 참으로 무사태평한 전우(戰友)도 없지 않았다. 그랬다. 코를 고는 그도, 눈을 부비며 일어나는 젊은이 역시도 우리는 전날, 그러니까 입소한 날부터 명실상부 전우가 된 것이었다.

나고 자란 고장은 달라도 일단 신병교육대에 한 날 한 시에 들어왔다는 ‘인지상정’의 똑같은 입장과 처지가 아니던가. 전투복을 껴입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계절은 초겨울로 성큼 접어들고 있어 새벽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피티 체조에 이어 빡센 구보가 이어졌다. ‘식전(食前)부터 군기 잡는답시고 막 잡아 돌리는구나! 역시나 군대는 군대다…’ 그렇게 땀이 나도록 새벽부터 뛰자니 이윽고 여명(黎明)도 눈을 뜨며 기지개를 폈다.

그러니 당연한 건 밥맛이 아니라, 이건 차라리 꿀맛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 여기서 잠깐, 입대 전을 떠올려본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고향인 천안의 집으로 돌아와 홀아버지를 모시며 은인자중(隱忍自重) 입대만을 기다렸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비로소 남자 되는 겨!” 라고 하시며 자못 담담하던 아버지께서도 그러나 정작 나의 입대가 내일로 닥치자 안절부절 못하셨다.

“집 걱정은 말고 부디 군대서 시키는 대로만 잘 하고 건강하거라! 그리고 누누이 당부하는데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곤 하지만 중간만 가면 되는 겨. 그러니 너무 나서지도 뒤처지지도 말고 중간만 해. 그래야 건강하게 제대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입대한 신병교육대였다. 고된 훈련은 다들 똑같이 받는 거라서 어찌어찌 견딜 만 했다. 하지만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건 밤에 불침번을 설 때의 배고픔이었다.

찌르르~ 우는 늦가을 밤의 귀뚜라미라도 잡아서 라이터 불에 구워먹었음 하는 바람이 강력했으니 당시의 공복감(空腹感)이 어떠했을지는 익히 유추되는, 그러나 아직도 생생한 지난 시절의 짠한 기억이다.
신병교육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나와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그리곤 한 달에 한 번은 집체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그러자면 현역병이 보초를 서는 군부대로 가야 했다.

현역 초병(哨兵)은 우리를 허투루, 또한 자신의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치부하곤 저만치의 입구서부터 우릴 마구 굴리게 하며 웃었다. 그런 모욕을 당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있는 우리 방위병들 ‘공유의 수치심’이었음에 꾹 참고 군 생활을 성실히 마쳤다.

그러나… 28사단에서 발생한 가혹한 행위로 말미암은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아들과 애인을 군대에 보낸 부모와 여성들의 근심이 하늘을 찌르는 즈음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경우 반드시 군에 가야 한다.

그렇지만 윤 일병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유사의 군대 내 가혹행위와 자살 등이 잇따르면서 급기야 모병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군대(軍隊)는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가지고 조직된 군인의 집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귀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설상가상 죽기까지 한다면 이게 어찌 정상적 군대라 하겠는가! 군대인가, 아님 ‘살인공장’인가?
이 총체적 국민의 의문에 대하여 시원스런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