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소설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론’을 ‘100% 공감’을 표시한 시인 류시화 작가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최근 공 작가의 ‘SNS 소설공방’을 호되게 질타한 저술가이자 번역가 최인호 씨가 류 작가 발언의 오류를 정면에서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12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나는 류시화가 너무 창피하다. 시인에게 아이러니와 메타포를 가르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는 먼저 이날 류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와 소설은 허구이거나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진실을 더 정확히 가리켜 보이기 위한 표현 방식이다.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라 통치자의 입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아한 척하며 '거짓말이다'라는 의미로 '소설이다'라고 공표했다면 무지한 것이다”라고 적은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웃음만 나온다”며 “소설이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이라고 적힌 국어사전의 설명을 들추었다.
류 작가가 앞서 ‘소설’을 허구나 꾸며낸 거짓이 아니다’라고 정의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설명이다. 그는 또 ‘소설=거짓말’이라고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을 ‘무지하다’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에게 아이러니와 은유를 가르쳐야 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탄식했다.
이어 “시인이 반어적 은유(Ironic Metaphor)를 모르면 어떡하나. 시인이 그것도 모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관용적 표현으로, 비판대상을 추켜세우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얼굴이 붉어지게 만드는 것은 반어적 은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일깨웠다.
그리고는 “그러므로 이런 기법을 사용할 때 ‘소설’이라는 단어는 문장 속에서 반드시 ‘고매한’ 위치, ‘고상한’ 위치에 있어야만 한다”며 “그래야 반어적 은유가 성립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설’이라는 단어는 이 문장 속에서 모욕된 것이 아니라, ‘높은 자리에 모셔져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문장 속에서 ‘소설’이 비하적 의미로 사용되면 이 문장은 반어적 은유 문장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고 부대변인의 발언에서 ‘소설’은 모욕된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높이 모셔져 있는 것이다.”
그는 “국어사전을 독창적으로 집필한 류시화 님, 사전 좀 그만 쓰시고, 누가 무지한 지를 돌이켜보시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사전 쓰지 마라’는 말은 개념을 자기 마음대로 정의하여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글을 쓰지 마라는 반어적 은유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또 번역가답게 영어에서 사용되는 메타포의 문장 하나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영어에 ‘What a delicate lacework!’라는 표현이 있다”며 “대단히 정교한 레이스 작품이군!’이라는 뜻으로, 이 문장은 ‘악필’을 조롱하는 반어적 은유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류시화 님, 유대인 우화에 나오는 그 우물물은 (공 작가와) 두 분만 드시라. 아무리 맛 있다고 권하셔도 저는 거절한다. 다른 많은 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