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초가을 거리에서 헌책방을 만나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초가을 거리에서 헌책방을 만나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86) 명맥만 이어가는 대전의 헌책방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9.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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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대형서점과 책방들
대형서점에 가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책상도 있다.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 서점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한마디로 대형서점의 변화다. 책꽂이에 빼곡하게 책만 꽂혀져 있던 과거의 서점과는 사뭇 다르다. 요즘의 대형서점은 하나의 휴식처이자 사랑방 역할을 한다. 책 이외에 다양한 문구와 팬시상품들이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서점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책상에 앉아 스마트 폰에 빠져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손님을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을 뭐라 탓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서점이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작은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독립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전에도 오랫동안 작은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동네서점들이 제법 있다. 이들은 나름의 특화된 마케팅을 가지고 서점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모임을 갖기도 한다, 작가와의 대화를 비롯해 동호회 모임과 이벤트를 수시로 개최한다. 이들 서점은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영세한 상황을 극복만 한다면 마을단위의 소중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대형서점과 독립서점들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책의 아날로그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제 살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책을 대해는 태도가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심에 책이 놓여있는 건 사실이다. 반면 수많은 서점 중에서 변화를 묵묵히 바라보는 곳들도 있다. 바로 오래된 헌책방들이다.

 

추억의 헌책방
불과 몇 년 사이 눈에 띠던 간판이 하나 둘 사라졌다. 많을 때는 열 두 세 군데 이상 있었지만 지금은 반 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대전의 헌책방 거리 이야기다. 초가을에 한복거리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인동의 헌책방 거리를 찾았다.

초추의 양광을 받으며 길가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책 정리를 하는 나이 지긋한 사장을 만났다. 55년간 헌책방을 운영해 온 고려당서점 사장은 추억의 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은 많지 않죠. 공부하는 사람들이 문헌을 비교하고 그러느라 가끔 찾기는 하는데, 당연히 예전 같지는 않아요”

노점에서 물건 팔 듯 헌책들은 거리 한쪽에 빼곡하게 쌓여있다. 묶어놓은 줄도 풀어놓지 않았다. 이 서점은 5만 여 권의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

“책이 많기도 하지만 실내에다 책을 들여놓으면 곰팡이도 생기고, 또 찾는 사람이 책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고 잘 들어오지도 않고 그래서 밖에 내놓았죠. 필요하면 내가 들어가서 골라오곤하죠. 이층에도 책이 있고...”

 

오래된 책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시대적인 변화를 단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영창서점의 사장도 세월의 흐름을 헌책방이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예전에는 새학기가 되면 전과나 문제집 찾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고,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을 구하는 학생도 많았는데 지금이야 발길이 뚝 끊어졌죠. 인터넷을 보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인터넷 강의가 많아지다 보니 학생들의 공부하는 패턴이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서점 안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문학, 역사, 법학, 철학, 자연과학 등 분류를 해놓고 책을 쌓아 놓고 있었다.

“어지러워보여도 다 찾을 수 있어요. 나름의 분류를 해놓고 있기 때문에 말만 하면 책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죠”

서점 안에 있는 낡은 사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봐도 세월을 겪은 흔적이 역력하다.

“내가 이 서점을 운영하기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된 사다리죠. 참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르고 내려왔죠”

높은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꺼내기 위해서는 사다리 타기는 불가피해 보였다. 군데 군데 굵은 철사를 동여맨 모습은 경륜을 보여주는 하나의 풍경이었다.

지금도 대학원생이나 공부하는 학자들이 종종 헌책방에 나와 오래된 문헌을 찾곤 한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검색어만 넣으면 많은 자료들이 쏟아지고, 옛 문헌도 인터넷서비스를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헌책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복원이라는 이름을 종종 쓰고 있지만, 헌책방의 변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서점을 운영하는 회사가 오프라인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전에도 유명한 인터넷서점이 운영하는 헌책방이 있는데, 이곳을 찾는 발길이 적지 않다. 시장에 있는 오래된 헌책방과는 운영방식도 많이 다르다. 헌책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고르기가 수월하다.

변하지 않은 오래된 헌책방과 자본을 앞세운 새로운 헌책방의 동등한 비교는 어렵지만, 추억이란 이름만으로 헌책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오래된 헌책방이 디지털 플랫폼과 만나거나, 색다른 변화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헌책방을 지역의 문화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헌책방의 새로운 길찾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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