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유산 빨리 나누고 싶어요
[어르신 고민 Q&A] 유산 빨리 나누고 싶어요
  • 임춘식
  • 승인 2018.09.1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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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약간의 유산을 남겨 두고 선친이 소천 하셨습니다. 막냇동생이 유산을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 형제지간에 갈등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어머니(84)는 치매가 있어 손 자녀를 못 알아보십니다. 유산을 빨리 나누고 싶은데 여기저기 물어보니 어머니가 치매가 있어서 이 상태에서는 유산을 나눌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남, 60)

임춘식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A. 옛날에는 장애·질병·노령으로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사람에게 법원이 법률대리인을 지정해주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성년후견제도가 있습니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 장애, 노령 등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지정됨으로써 피후견인의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최근에는 재산 관리 말고도 치료·요양 같은 피(被)후견인 신상 보호로 개념이 확대됐습니다. 후견인 개입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뉘고, ‘나중’에 대비해 유언장 쓰듯 미리 후견인을 정해두는 임의후견도 있습니다. 재벌 후계자 재판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져 해마다 후견 신청이 갑절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최고속입니다. 2017년 말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성년후견제는 노인보호을 위해 미래에 대비해 구축해둬야 하는 사회 안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출발이 늦었지만 천만 다행입니다.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돕는 것만한 노인복지정책도 없습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재산을 더 달라는 막냇동생보다는 치매에 걸린 어머님이 더 큰 문제입니다.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인 전원의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공동상속인 중 한 명(어머님)이 협의를 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상속인 중에 치매노인이 있을 때 상속재산분할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습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기 전에 먼저 어머니를 대신해 분할 협의를 할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상속재산을 어머님이 분배받으신 후에 어머님의 재산을 관리해 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어머님에 대한 성년후견인이 있어야 합니다. 상속재산 분할 문제를 떠나 치매노인은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통상 치매노인의 후견인은 자녀 중에 한 명이 합니다. 지금껏 모셔왔던 사람 또는 치매노인을 모실만 한 의지와 능력이 되는 사람이 하는데, 만약 자녀 중에 이러한 사람이 없다면 전문가후견이 개시되기도 합니다. 이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머님의 성년후견인은 자녀들 중에서 선임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성년후견인으로 자녀 중에 한 명이 지정되었을 경우에 치매노인의 대리인인 자녀가 역시 상속재산분할의 당사자가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극단적으로 치매노인의 상속재산을 자기가 갖는 것으로 분할협의를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이해상반행위라고 합니다, 치매노인의 후견인과 공동상속인의 지위가 충돌하기 때문에 결국 상속재산분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 조치에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가 급할 경우에는 임시후견선임, 후견인이 선임된 이후에는 특별대리인 선임이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별도의 조치입니다. 물론 임시후견인과 특별대리인 모두 아버님을 피상속인으로 하는 상속절차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치매노인인 어머님을 대신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할 사람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재산분할협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막냇동생이 끝까지 협의를 거부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단계까지 간다고 하면 형제지간에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에 합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작년 봄 서울 어느 곰탕집 남매가 소송을 벌였습니다. 웬만한 미식가는 안다는 집이었습니다. 동생이 치매 걸린 팔순 어머니를 은행에 데려가 돈을 빼갔다고 오빠가 소송을 걸었습니다. 동생은 동생대로 “오빠가 다 가지려 한다”고 맞섰습니다. 판사가 “둘이 똑같이 아버지를 부양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재산을 건드리지 말라”고 중재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이 아버지 재산을 지킬 성년후견인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명 재벌가 형제도 비슷한 경영권 다툼을 벌였습니다. 형은 “아버지의 판단력은 또렷하고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창업자 아버지는 판사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치매 약을 복용해온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변호사가 후견인이 돼 창업자의 재산 관리, 부동산 처분, 소송 진행을 맡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노인이 치매가 발병하면 재산을 노리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부모 소유의 재산분활 때문에 형제지간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사례를 쉽게 접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할 때 유산을 배분하든지 아니면 명확한 유언을 남겨 두는 등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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