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가을날의 아침을 맞으며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가을날의 아침을 맞으며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09.1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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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은 번잡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한 생활의 연속이다. 이러한 나날 속에서는 평온한 삶을 꿈꾸어보아도 요원하여 질뿐이다.

일에 파묻혀 살지만 생활은 그리 윤택하지 않고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가족들과의 단출한 저녁상을 마주하기조차 힘든 생활이 연속이다.

오죽하면 어느 정치인의 공약도 ‘저녁이 있는 삶’이겠는가. 이처럼 많은 이들이 소박하지만 평범한 삶의 행복조차 빼앗기고 산다.

대부분 도시 서민들은 늘 바쁘고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서, 어느 곳에도 얽매임 없이 자유스럽고 소박하게 전원에서 밭을 가꾸고, 손수 재배한 푸성귀를 듬뿍 밥상에 올리는 작은 행복감을 꿈꾸며, 그러한 지극히 평온한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

주변에 귀촌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텔레비전을 켜 보면 어느 프로에 자연으로 돌아가 사는 이들의 삶이 소개된다.

시정에서의 아픈 상처를 안고 오염되지 않은 무공해의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작물을 가꾸고, 산야에 널린 나물이며 약초를 캐며 원시의 삶으로 살아가고, 오염되지 않은 섭생을 하며 땀 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처투성이의 육신과 정신이 치유 되더라는 실증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번잡함을 벗어나고픈 그러한 삶의 욕구는 어느 누구에게나 있으나,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는 일도 쉽지 않음이다. 그만큼 삶이란 이를 데 없이 복잡다단하다.

제 아무리 아등바등 하여도 주어지는 것은 크지 않으니,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픈 것이다.

명나라 팽여양(彭汝讓)의 ‘목궤용담(木几冗談)’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책상 앞에서 창을 반쯤 여니, 고상한 흥취와 한가로운 생각에 천지는 어찌 이토록 아득한가. 맑은 새벽에 단정히 일어나고 대낮에는 베개를 높이 베고 자니 마음속이 어찌 이렇듯이 깨끗한가.”(半窗一几, 遠興閑思, 天地何其寥闊也. 淸晨端起, 亭午高眠, 胸襟何其洗滌也)

새벽녘에 창문을 여니 청명한 기운이 밀려들고 생각은 끝없고 천지는 가없다. 낮에는 잠깐 눈을 붙여 원기를 충전한다. 마음속에 찌꺼기가 하나도 없다.

며칠 전 시작된 암자에서의 삶은 적막하지만 나날이 심중은 고요하여진다. 아무도 오지 않은 이른 새벽에 찬물로 세수하고 입속을 개운하게 양치하고는 옛사람의 글을 펼쳐 들고 보니 이러한 글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몹시 조급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침착하고 굳센 식견이 없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대개 우뚝한 견해가 없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틀림없이 강개한 절개가 없다. 말이 많은 사람은 늘 실다운 마음이 없다. 용력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문학의 아취가 없다.”(多躁者必無沈毅之識, 多畏者必無踔越之見, 多欲者必無慷慨之節, 多言者必無質實之心, 多勇者必無文學之雅)

어느 한 부분이든 지나치면 갖춰야 할 것이 사라지게 된다. 급한 성질에는 침착함을 앗아가 버리고, 두려움에는 과단성을 빼앗아버린다.

다변은 마음을 허황하게 만들고, 힘만 믿고 날뛰면 사람이 천박하여진다.

지나치게 부귀하여지면 교만하여져서 도리에 어긋나기가 쉬우며 너무도 가난하거나 천하면 움츠러들기 쉽다.

환난을 지나치게 겪으면 두려워져 매사에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을 너무 많이 상대하다보면 수단을 부리기가 쉬우며 사귀는 벗이 너무 많으면 들떠서 경박해지기가 쉽고 말이 너무 많으면 실수하기가 쉽다.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으면 오히려 감개하기가 쉽다.(多富貴則易驕淫, 多貧賤則易局促, 多患難則易恐懼, 多酬應則易機械, 多交遊則易浮泛, 多言語則易差失, 多讀書則易感慨)

분에 넘치고 풍족 하여도 좋을 것이 없으며, 지나친 부귀는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견디기에 힘든 빈천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며, 환난도 지나치게 되면 패인이 된다.

종일토록 이 일 저 일로 번다하고, 날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 일을 만들고 떠들어대면 사람이 붕 떠서 속없이 껍데기만 남으며,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어 있고 무턱대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

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동국대 출강
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동국대 출강

 

자못 그 가르침이 가을의 선선한 바람처럼 가슴에 시원스럽게 와 닿는 아침이다. 바쁘고 번잡한 삶에서 시름이며 번뇌가 깊어지면 삶은 더욱 팍팍하여 질뿐이다. 훌훌 털고 몸도 마음도 가벼이 한다면 번뇌와 망상도 적어진다.

가끔 어둠이 좀 물러나면 선선해진 가을날의 아침을 만끽하며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여 가까운 산을 오르내리며 산행도 하여 보고 생각을 좀 더 진중히 하여야겠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며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 않던가.

사색의 깊어지고 생각의 범위가 넓혀지면 좀 더 나은 삶의 척도로 이끌어 주리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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