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의료 수익은 전국 최고, 임금은 전국 최저?
을지대병원 의료 수익은 전국 최고, 임금은 전국 최저?
2017년 의료수익률 21.34%, 전국 13개 동급대학병원 중 1위
인건비율은 수익 대비 33.97%, 전국 ‘꼴찌’, “임금정상화 시급” 지적
노조 "건양대, 충남대 등 지역 의료계 임금정상화 '급물살'에 낙관적"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8.09.18 18:27
  • 댓글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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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대전을지대병원 노사가 ‘3년 연속 파업’의 위기로 지역사회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을지대병원의 임금 수준이 수년 동안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사실이 확인돼 임금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양대, 단국대, 중앙대, 고신대, 삼성창원, 건양대, 원광대, 을지대, 조선대, 상계백, 일산원, 강동성심 등 전국 13개 동급 사립대병원의 2018년도 당기(2017년 3월~2018년 2월) 손익현황을 비교한 결과, 을지대병원의 임금 수준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각 대학 홈페이지에 개시된 예·결산 공고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평균 인건비는 920억3500만 원(평균 의료수익 2099억3800만 원)으로 의료 수익의 43.74% 수준이 임금으로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31개 사립대학 평균 인건비율은 43.6%다.

반면 을지대병원 인건비는 의료수익(1922억2700만 원)의 33.97%(762억9000만 원)에 불과해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 병원별 의료이익(의료수익-의료비용)이다. 위 13개 병원의 평균 의료이익은 194억9600만 원으로, 의료수익의 평균 9.33% 수준인 반면, 을지대병원은 21.34%(410억25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10.50%), 단국대(13.60%), 원광대(14.10%), 건양대(19.10%)를 제외한 나머지 병원은 매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을지대병원의 의료이익이 비교적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출현 “수백억 흑자가 한 순간 수십억 적자로”

이렇듯 해마다 수백 억 가량의 의료이익을 내고 있는 을지대병원의 운영계산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53억 적자’로 기재돼 있다. 매년 500억 이상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 명목으로 손실액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연구용 진료·건물증축·의료장비 구입 등을 위한 준비금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으로, 병원부문이 아닌 학교법인의 교육에 사용할 경우 '고유목적사업비'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고시했다.

이를 악용한 일부 의료기관들이 의료이익 중 일부를 ‘고유목적사업비’로 비용처리하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 최근까지 문제가 제기돼 오고 있다.

을지대병원 또한 노조로부터 이를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을지대병원지부(이하 을지노조) 관계자는 “병원은 지난 2016년에는 570억 원을, 지난해에는 540억 원을 고유목적사업비로 비용처리한 것으로 ‘2년 연속 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을지대병원의 당기(2017년 3월~2018년 2월) 및 전기(2016년 3월~2017년 2월)의 운영계산서에는 2016년도 2.7억 원 적자, 2017년도는 53억 원 적자로 기재돼 있다. 이유는 해마다 수백 억 상당을 고유목적사업비 명목으로 이익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을지노조 관계자는 “십여 년이 넘도록 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지시까지 받은 병원이 지난해부터 의정부에 1200병상의 전국 최고 규모 병원을 짓고 있다. 임금을 착취해 짓고 있는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곱지않은 시민들의 시선, 일각에선 “임금 정상화 위한 몸살로 봐야”

을지대병원이 지난해 47일 간의 장기 파업에 이어 올해 또다시 파업 위기에 놓이자 지역에서는 병원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서구 둔산동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예전에는 노조를 응원했지만 매년 파업하는 것을 보면 노조가 병원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B씨는 “병원이나 노조나 환자나 시민들을 생각하지 않고 서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것 같다.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지난해에도 파업 때문에 제대로 진료받기 어려웠다. 양 쪽 다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을지노조 신문수 지부장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시민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사측과 싸우는 이유는 지역 의료계의 임금 정상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또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 지부장은 “그동안 수많은 간호·의료인력이 열악한 근로 처우로 직장을 떠나갔고, 그 결과 해마다 절반 가까이가 신입 간호사들로 채워진다. 결국 의료서비스를 받는 시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도 “대전지역 병원의 임금 수준이 최하위인 것은 사실이다. 시민 불편은 최소화해야겠지만 임금 정상화를 위한 몸살로 보아야 한다”며 "지역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임금 정상화는 시급한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건양대, 충남대 등 지역 의료계 임금정상화 '급물살'

한편 건양대가 최근 임단협에서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전환, 임금이 20% 일시 인상됐으며, 이에 따라 간호사 초임 연봉이 3400만 원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대 또한 건양대와 동일 수준을 상회한 임금 협상에 성공함에 따라 대전지역 의료계는 간호인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지역 의료계의 임금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을지대병원도 동등한 수준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을지노조는 지난 12일 쟁의조정기간 중 마지막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파업권을 갖게 됐지만 지난 17일 파업을 잠정 보류하고 사측과의 재교섭에 돌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명절 간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공백에 따른 시민 피해를 우려해 병원과 재교섭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건양대와 충남대 모두 20% 수준 인상으로 단계적 임금정상화에 청신호를 알린 만큼, 을지대 또한 동등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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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2018-09-21 13:44:26
이건 뭐 ... 병원만 모르고 나머지는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ㅎ

대전시민 2018-09-21 13:32:16
그래서 그렇구나 어쩔수없어 일하는거 같은 표정들 무표정들 응급실 말걸기 무섭고 다이유가 있네요.
행복한 직장이 될수 있게 급여인상 좀 해주세요.

공우진 2018-09-21 13:24:46
중부권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해서 직원들은 열심히 했는데 그 댓가는 없고 희생만 강요하는 을지!!!
반성해라~~~`

고애신 2018-09-21 13:20:25
을지인이여 분노하라 !
지금부터 투쟁하라!
호봉제 쟁취!!

최유진 2018-09-21 13:19:07
회사의 이윤은 직원으로부터 나오는겁니다.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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