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자기들 돈이면 그렇게 했겠어?”
[김선미의 세상읽기] “자기들 돈이면 그렇게 했겠어?”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9.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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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전형적 탁상행정의 결과, 차라리 그 돈을 그냥 나눠 줘라

“이게 뭐야!"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맛도 위생도 모두 엉망 ‘충격’
“위치·맛·위생 모두 0점”…‘골목식당’ 대전 청년몰, 백종원 ‘분노’
‘골목식당’ 백종원 “대전 청년몰, 최악의 입지…기획부터 잘못”

지난달 29일 한 방송 프로그램이 나간 뒤 언론매체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이다. 전통시장 안에 야심차게 문을 연 대전의 한 청년창업몰은 한 순간 전국 욕받이가 됐다. 덕분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뜸해 개장한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점포의 태반이 문을 닫은 이곳은 역설적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전국 욕받이가 된 대전중앙시장 청년구단, 역설적 유명세

단 시간 내 우박처럼 쏟아진 혹독한 평가는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처럼 식당을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성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아무리 설정이 없는,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방송은 방송이다. 악마의 편집과 자극적인 과장이 없을 리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참신함과 패기(?)를 앞세운 젊은 창업주들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모든 음식점들이 만인의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니까 맛이야 그렇다 해도 식자재에 대한 기본 인식과 위생관념은 혀를 차게 했다. 설정이 전혀 없었다면 말이다.

분노 유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책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토록 가혹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하는 점에서는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대전청년구단 점주들을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검토 없이 세금을 무작정 쏟아 붓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 행정이나 지원에 기대어 치열한 고민 없이 핏빛 바다보다 더 경쟁이 심한 식당 창업에 뛰어든 청년점주들이나 ‘자기 돈이었으면 그랬을까’ 싶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청년점포들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청년점주들만의 책임인지 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금 퍼준 정부와 지자체는 뭐 했나

“청년에게 희망을! 전통시장에 활력을!”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청년상인에게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하여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 육성사업’이 내건 슬로건이다.

하지만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 아래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출발한 전통시장 청년창업, 청년몰은 그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비틀거렸다.

“대전 전통시장 청년상인들, 다 어디로 갔나요?”
대전에도 2016년 4월과 5월에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 창업 점포인 ‘태평청년 맛it길’ 유천시장에 ‘청춘 삼거리’가 각각 개장했다. 20개 점포 창업에 6억4천만 원이 투입됐다.

청년몰 4곳 중 1곳 휴·폐업 실패원인 분석 없이 규모 더 키워

하지만 1년 후 임차료 지원이 끊기자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1년도 오래 버틴 셈이다. 이는 대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유사한 실태를 보이고 있다.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전청년구단 역시 1년 후에는 18개 점포 중 6곳만 남았다. 청년몰의 몰락 역시 대전만의 특별한 사안이 아니다.

청년몰 사업의 경우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공모사업에 선정돼 개점한 22개 시장 274개 점포 중 4곳에 1곳 꼴인 65개(23.7%)가 휴·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지원이 점포를 접은 것이다.
 
중기청은 청년 점포가 성공하지 못했는데도 실패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규모를 더 키운 ‘청년몰’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애초부터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 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예견된 몰락이라는 진단과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험과 준비 없는 청년들, 전통시장 몰아넣는 일 타당한지

‘태평청년 맛it길 사업’은 개점 4개월도 안 돼 소상공인 우수사업에 뽑혔다. 하지만 우수사업 선정은 성공 사례로 살아남지 못했다. 대전중앙시장 메가프라자 청년몰 대전청년구단은 최근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전통시장 청년몰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방송이 나가기 전이다. 시장 당 최대 13억 원까지 지원된다.

음식점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초기 투자비용 걱정 없이 창업을 하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살아나지 않은 인적 드문 전통시장에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젊은이들을 밀어 넣는 것이 타당한, 진정으로 청년 일자리와 전통시장을 위한 정책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빽빽한 교육 대신 맥주만 마셨다는 창업 지원자의 탄식

이럴 바에는 차라리 돈을 그냥 나눠주는 게 낫지 싶다.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창업을 지원하겠다면 청년점포를 한 곳에 모아 특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정 구역을 정해 일정 시간만 문을 여는 청년 포장마차 야시장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창업교육에 참석했는데 빡센 교육 대신 맥주만 마시고 왔다는 젊은 창업지원자의 볼멘 지적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낳은 선심성 행정에 대한 뼈아픈 질타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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