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친구…“동료애가 큰 힘”
[커버스토리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친구…“동료애가 큰 힘”
굿모닝충청-충남도 ‘자, 살자! 캠페인’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젊은 피’를 만나다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8.09.2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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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는 도내 자살예방의 컨트롤타워이자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센터 역시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젊은 피’들이 적지 않다. 자살예방‧위기관리팀(팀장 류순옥) 소속 김수인‧김남호‧박강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센터에서 진행된 <굿모닝충청>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제도적 개선 사항을 가감 없이 들려줬다. 때로는 눈시울을 붉혀가며 뜨거운 동료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5개 시·군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며 공을 돌렸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친구’를 자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수인: 2013년 10월에 센터에 입사했다. 자살예방‧위기관리팀에선 정책연구, 인식개선사업을 맡고 있다. 생명사랑문화제와 자살예방 캠페인, 언론과의 기획보도 등을 통해 도민에게 자살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남호: 대전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014년 7월에 입사했다. 현재는 자살유가족 지원 사업을 위해 템플스테이와 상담, 자조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과 민간‧공공기관‧종교계와의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하고 있다.

박강인: 대학 졸업 후 2016년에 입사하고 3년째 교육 사업을 맡고 있다. 주 업무는 자살예방교육 및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 등이다.

김수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 김남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 박강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김수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김남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박강인 씨 (자살예방·위기관리팀)

업무의 특성 상 경험하기 쉽지 않은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김수인: 입사 초기 때 일이다. 아파트 난간에서 자살을 앞둔 한 여성분께서 상담 전화를 하셨다. 순간 너무 떨리고 처음 겪는 일이라 잘 도와드릴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배운 대로 차분하게 그 분을 설득했다. ‘선생님과 통화한 건 정말 큰 인연이다. 꼭 도움을 드리고 싶다.
생명보다 귀한 건 없다.’ 이 말을 전하면서 동시에 119에 신고했고, 다행히 그 여성분은 구출됐다.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남호: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자조모임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유가족이 모이면 슬픈 얘기만 하고 울어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도 기뻐할 자격이 있고 인생을 누려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의 방향도 바뀌었다. 인생을 통틀어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교훈을 유가족 사업을 통해 얻고 있다.
박강인: 자체 개발한 '생명이어달리기' 프로그램이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고, 널리 활용되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김수인: 시어머니가 명상 강사다. 주말마다 시어머니와 명상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 연습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도 매일 아침마다 10분씩 명상 호흡을 하고 있다.

김남호: 동료로부터 받는 공감과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서로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함께 위로해주는 동료들이 없었으면 더 빨리 소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박강인: 마음이 힘든 분들이 상담 전화 말미에 '통화하니까 마음이 조금은 풀리네요.' 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를 느낀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안다. 이 자리를 빌려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건의할 내용이 있다면.

김남호: 인력난 해소다. 청년일자리 기조에 맞춰 함께 일할 동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김수인: 정책기조에 자살예방을 꼭 넣어줬으면 좋겠다. 특히 충남도가 경찰청과 공조한다면 자살 사망자의 전수 분석도 가능해 포괄적이고 실제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나름의 신념이 있다면.
박강인: 인간의 삶은 입체적이다. 그 사람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자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김남호: 나도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내가 완전하고 지식이 충만해있고 경험이 있어서 당신을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다. 나도 불완전한 존재라서 당신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신념이 있다.

김수인: 한 개인을 전인적이고 개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 시도자, 유가족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 틀에 갇히게 된다. 사람의 이면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나 역시도 직장에서는 팀원이지만 집에서는 한 사람의 아내이자 아이 엄마이고, 누군가의 딸이다.

자살예방을 비롯한 정신건강 분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박강인: 지금 이 시기를 잘 견뎌내려면 이일을 해야 하는 자기만의 분명한 이유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김수인: 정신보건 분야가 아직까지도 낯설고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김남호: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공감해줄 수 있는 마음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수인: 불빛 없는 터널을 걷고 계신 게 맞다. 하지만 터널 끝엔 빛이 있다. 혼란스러운 상태를 버티면 다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김남호: 당신의 소중한 그 이름이 더 오랜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불리어야 한다. 그 기회를 우리에게 달라.

박강인: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의 손을 잡고 함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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