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청년과 철학자가 쉽게 풀어놓은 심리학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청년과 철학자가 쉽게 풀어놓은 심리학
(24)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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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출판된 지 4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이 있습니다.『미움 받을 용기』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1870~1937)의 심리학의 이론을 쉽게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아들러 철학의 일인자 기시미 이치로(安見一郞)와 베스트셀러 작가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가 만들었습니다. 이 책 겉표지에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일세.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행복해지려면 미움 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아들러의 사상의 핵심적 가르침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이며 심리학자입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자하면 당연히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나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심리학의 3대 거장에 아들러도 포함됩니다. 원래 아들러는 프로이트가 운영하는 ‘빈 정신 분석학회’의 핵심 일원이었으나 학설상의 대립으로 거기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 이론인 ‘개인 심리학’을 제창했습니다. 개인 심리학은 프로이트와 달리 적극적인 의식이 무의식보다 중요하고, 이런 이유로 현대 정신의학 심리치료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책은 한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아들러는 트라우마(trauma)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트라우마는 프로이트가 만든 개념입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듯이 그가 지금 이루어진 결과에 대한 원인 이론입니다. 아들러는 목적 이론입니다. 트라우마는 하나의 경험에 불과한 것이고, 결과를 합리화 시키려는 변명이라고 일갈합니다. 아들러는 결과를 과거의 원인이 아니라 현재의 목적으로 봅니다. 불안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못 나오니까 불안한 감정이 만들어집니다. 불안이라는 증상은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경험에 의한 트라우마가 아니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입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주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지 객관적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과 상관없이 앞으로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인간은 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용기입니다. 생활양식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자의 책임입니다. 왜 불안한 삶을 사는 것입니까?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만스럽게 살아가야합니다. 한마디로 용기 부족입니다. 행복해질 용기의 부족입니다.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들 뿐입니다. 트라우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남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열등감은 객관적인 열등성이 아니라 주관적인 열등감입니다. 다이아몬드도 관점을 바꾸면 한낱 돌멩이가 되는 것처럼 내 작은 신장(身長)을 장점으로 볼 것인가 단점으로 볼 것인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입니다. 모든 인간은 똑같지는 않지만 대등한 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늘 경쟁 속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남으로부터 사랑’의 상징인 돈·명예·영향력으로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구가 인간관계에서 고민을 가져옵니다.

대체 인간은 왜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할까요? 우리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인생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 쓴다면 끝내 타인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자신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자신뿐입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타인의 과제입니다. 자신의 공헌을 남이 인정해주고 안 해 주고는 타인의 과제입니다. 나의 과제인가 타인의 과제인가 분리해 생각하여 타인의 과제에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칭찬도 하지 말고 야단도 치지 말아야 합니다.

타인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으로 칸트는 이를 경향성(傾向性)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욕망이나 충동에 이끌려 사는 것,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는 돌멩이처럼 사는 것이 자유일까요? 진정한 자유란 굴러 내려가는 자신을 아래에서 밀어 올려 주는 태도입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유를 행사하려면 대가가 뒤따릅니다.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지 않다면, 너무 부자유스러운 삶이 될 것입니다. 결국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입니다.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 자기 뜻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미움 받을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관계의 중요한 열쇠는 자신이 가져야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 주겠습니까. 아들러의 심리학은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입니다. 아들러는 인생이란 지금이라는 찰나(刹那)의 연속이며 점(點)이 계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과정자체를 결과로 봅니다. 무의미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지금, 여기’를 자기 의지로 진지하게 사는 것이 춤을 추듯 사는 인생입니다. 에네르게이아(energeia)적 인생입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공동체 감각은 다른 사람이 협력적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이 세 가지,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입니다. 자기수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결점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60점짜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100점에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여 용기내서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자기만의 이상적인 모습을 멋대로 지어내고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를 내립니다. 이상적인 모습을 100점으로 놓고 천천히 점수를 깎습니다.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저 거기에 있어 주는 것,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뻐하고 감사하여야 합니다. 100점이 아닌 0점으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타자 신뢰는 다른 사람을 믿을 때 조건을 일체 달지 않습니다. 비록 신용할 수 있는 만큼의 객관적 근거가 없더라도 무조건 믿는 것입니다. 배신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은 상대편입니다. 과제를 분리해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조건 없는 신뢰란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한 수단입니다.

타자 공헌은 나를 희생하고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실감하기 위한 행위로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관적인 감각을 가지는 것으로 족합니다.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이 자선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에 가치를 실감하고 ‘이렇게 사는 것도 좋다’는 뜻인 ‘여기에 있어도 좋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합니다. 사다리 같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의 진짜 목적은 행복입니다. 왜 삶 같은 삶,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을까요? 용기가 없어서입니다.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 받을 용기의 부족입니다. 결국은 자기 내면에 고통의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타인의 눈에 맞추어서 살았습니다.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했습니다. “미움 받으면 어때” 라는 생각만 해도 영혼이 자유롭고 마음이 편합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문화에서 이 책이 필요합니다.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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