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문재인 외교정책의 핵심은 ‘설득’과 ‘존중’…”모르면 배워라!”
《특별기고》 문재인 외교정책의 핵심은 ‘설득’과 ‘존중’…”모르면 배워라!”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9.27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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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UN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YTN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UN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YTN 캡처)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도 불구, 미국 보수매체인 〈폭스TV〉와의 인터뷰 내용 중 “종전선언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발언대목을 열을 내며 트집잡는 이들이 있다.

“북한의 6.25침략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거나, "국가간의 협정을 '손해 볼 것 없다’라는 식으로 이문 따지듯이 말하지 마라"는 둥 남한의 가치와 정의를 무시한 발언이라는 등 메스를 들이댄다.

이에 온라인에서 활발한 시사비평 활동을 벌이는 유경근 시민 자유기고가는 27일 자신의 견해를 담은 칼럼을 본지에 보내왔다.

그가 작성한 칼럼을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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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시민 자유기고가〉
〈유경근 시민 자유기고가〉

요 며칠 유행한 말로 시작해 보자. 종전선언이란 무엇인가?

전쟁을 종료시키고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당사국 간의 합의로 평화협정으로 가는 정치적 선언에 해당된다.

말은 거창하지만 말 그대로 앞으로 싸우지 말자라는 선언이다. 원치 않지만 정치적 선언이기에 얼마든지 취소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왜 취소가 가능하다는 워딩을 썼을까? 종전선언을 가볍게 여겨서 그런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미국 당신들은 그만큼 부담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부수거나 없애는 일이다. 그 과정 자체가 비가역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것들은 종전선언이든 제재완화든 연락사무소든 모두 마음만 먹으면 돌이킬 수 있는 가역적인 일이다. 북한이 제대로 안 한다고 생각 들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일들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설득의 메시지다. 이보다 강력한 설득의 말이 어디 있는가?

미국이 지금 움직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거짓 없이 비핵화를 할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명분은 그렇다. 그래서 아직은 북한을 믿을 수 없으니 상응조치를 안 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답변은 문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에서 말한 설득력 있는 호소다.

그리고 이 호소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만큼 북한을 믿어도 된다는 자신감이다. 북한은 비가역적이고 미국은 가역적인 일을 상응조치로 진행해도 된다는 건 그만큼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이고 이를 문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에 서서 해석해 준 것이다.

이 말이 ‘프로불편러들’이 비판한 것처럼 종전선언을 가볍게 생각한 말인가? 그래서 다시 전쟁해도 된다는 뜻인가? 어떻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지 참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나친 비판적 지지라는 필터링이 만든 ‘오독(誤讀)’이다.

현 동북아는 역대 최악의 외교환경이다. 주변국은 현재 모두 강력한 권력의 지도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쟁 바로 앞에 놓여 있던 한반도였다. 이것을 단 1년 만에 완전히 평화의 상징으로 바꿔놓고 있다. 과연 그는 눈만 껌뻑껌뻑하면서 사람들을 홀리고 있는 것일까? 그의 외교천재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다들 상호주의와 호혜평등 원칙을 말하지만 외교만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일이 없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의 작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 같은 일들을 어떻게 주도할 수 있는 것일까?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의 외교 성공의 비결은 바로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가운데 각 사안을 상대의 입장에서 접근하는데 있다.

핵버튼 크기를 자랑하며 좌충우돌 트럼프 대통령을 과연 어떻게 설득해서 지금 대화의 장까지 이끌었을까? 트럼프의 입장, 트럼프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그가 주장하는 대북제재에 어떤 보탬도 덜어냄도 없이 공조하는 가운데 새로운 평화의 길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결과를 트럼프에게 몰아주기 하면서 바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폭스TV〉와의 인터뷰는 바로 그들의 입장을 철저하게 존중하면서도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한 최고의 외교 전략이다. 일부 진보진영의 경직된 사고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저 유연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원칙을 지켜나간 문재인의 외교정책이 있었기에 바로 지금의 한반도의 평화가 숨통이 트인 것이다.

이를 이해 못해 트집 잡는 모습은 사실 나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번 봐왔다. 작년 한반도 정세가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 외교 좀 안다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국을 향해 종전협정을 하라고 윽박질렀고, 국내 진보진영은 이에 호응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미국을 그리 대했다면, 트럼프는 아마 아직도 핵단추나 만지작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나 잘난 모드로 외교를 했다가는 외교는커녕 밥 한 그릇도 얻어먹기 힘들다. 왜 그 똑똑한 이들이 저런 주장만 반복했을까? 바로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정작 문제를 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그 전문가들과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다.

어디가 빈틈이 있나 살필 시간이 있거든, 이제는 문재인의 외교정책을 좀 배움의 자세로 바라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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