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이야기] 가난은 누구의 책임일까
[복지이야기] 가난은 누구의 책임일까
  • 김세원
  • 승인 2018.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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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현 대전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 감사현 월평복지관 운영위원장현 우리사랑 운영위원장전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전 동명중학교 관선이사
김세원 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현 대전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 감사현 월평복지관 운영위원장현 우리사랑 운영위원장전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전 동명중학교 관선이사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기독교에서는 ‘가난’을 겸손하고 온유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마태복음에  기록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말이나 구약성서 시편에 “하나님이 그들을 잊지 않으시며 위로 하신다”는 말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현실에서는 가난이라 하면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부모가 부자이면 “자녀들과의 관계가 호전되고, 효자가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노후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은 부모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중장년층들이 늘어간다.

가난이라는 말과 유사하게 쓰이는 단어 중에 빈곤이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 하겠다. 사유재산이 인정된 이래로 빈곤한 사람은 존재해 왔다. 사회적으로 방치할 수 없는 약자들이 생겨났고, 사회와 국가는 이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가난해 지는가?”, “빈곤을 결정짓는 요인들은 무엇인가?”는 오래된 고민이자 숙제다. 지금도 사회복지학을 비롯한 사회학, 행정 등 수많은 분야에서 빈곤의 원인과 그 대책을 찾으려는 연구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빈곤의 원인은 두 가지로 집약되어 왔다. 개인 책임이냐 사회구조적인 것인가, 개인 혹은 환경, 본인 탓인가 사회 탓 인가 등의 이분법적 양태다. 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한 미국에서는 빈곤을 개인 탓으로 보는 경향이 심했다. “하나님을 열심히 믿고 신앙생활을 하면 자연히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만일 ‘나이가 들어 가난한 사람’은 신앙생활도 신통치 못했고, 아주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영국에서도 이런 풍조가 있었다. 빈곤한 사람을 돕자면 두 집단으로 나뉘어 토론을 거듭해야 했다. 1886년 영국에서는 이런 논란을 끝낼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찰스 부스(Charles Booth)의 사회조사다.  부스는 해가지지 않은 영국, 그것도 인류역사상 1백만 명을 최초로 넘어서는 국제적인 도시 런던시민들을 조사했다.

‘런던 시민의 생활과 노동’이라는 조사 보고서는 충격적인 사실이 담고 있었는데, 당시 동부 런던 거주자의 35%가 빈곤한 상태라는 것이다. 65세가 넘는 노인들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노인의 9분지 8이 빈곤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조사보고서를 계기로 빈곤이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이론은 어느 정도 힘을 잃었다. 부스는 빈곤의 원인으로 열악한 임금, 저급한 주거환경, 불결한 위생상태 등을 짚었다.

부스의 조사보고서는 ‘분명 잘 못 됐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영국인들이 있었다. 벤자민 시봄 라운트리(Benjamin Seebohm Rowntree)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영국 시민들이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할 리 없다”고 확신하며, 요크시의 주거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1902년 라운트리는 ‘빈곤: 도시 생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조사를 통해 요크시 인구의 28%가 빈곤한 상태였음이 밝혀졌다. 그 원인도 드러났다. 바로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이었다. 라운트리는 1935년과 1950년 같은 조사를 진행하여 조사의 객관성을 높였다.

라운트리가 사회복지에 공헌 한 것은 조사이외에도 ‘빈곤선’을 설정한 것이다. 1차 빈곤은 식료품, 연료, 주택, 의료 등 4개 항목에 임금을 모두 사용해도 부족한 상태라고 분류했다. 2차 빈곤은 가구의 소득이 기본 4개 항목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음주나 도박·교통비·긴급상황 발생 시의 비용 등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로 설정했다.

부스와 라운트리의 사회조사를 통해 빈곤은 개인적인 결함이나 인도주의, 자선 등에 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영국은 이들의 조사를 토대로 빈곤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시작했다. 부스의 사회조사를 바탕삼아 후학들은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조사해 정책에 반영시키는 선순환의 틀을 마련하였다.

국가마다 빈곤의 원인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조금 씩 다르다. 미국이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도덕성과 행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겼던 것과 달리 서유럽 복지국가들은 “빈곤의 원인이 사회적, 구조적 측면에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물론 두 가지 접근은 상호 경쟁적이기 보다는 보완적인 성향이 강하다. 사회의 총체적인 빈곤 수준을 결정하는 구조적 요인과, 빈곤여부 혹은 지위를 결정하는 개인적 요인은 병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곤에 대한 원인에 하나를 더 추가한 사람은 휘긴이다. 그는 빈곤의 원인으로 개인책임론, 사회구조책임론, 운명론 등 세 개의 유형을 제시했다. 개인의 행태나 사회구조적 문제 외에도 개인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운명(재능부족, 질병, 신체장애, 불우한 가족배경, 개인적 불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빈곤의 원인과 그 해결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빈곤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며 또 다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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