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첫 편지>
한글을 배우고 처음 써 본 첫 편지
두근두근 손녀 용돈봉투에 함께 넣었네
손녀에게 온 답장을 콩닥콩닥 펼쳐보니
할머니 사랑해요 첫 편지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연애편지가 이리 달달할까
-글쓴이 서운자(충남학생교육문화원)-
위 글은 늦게나마 배움을 시작한 성인문해반 어르신의 시화다.
‘어르신 학생’들은 한글을 깨우치고 올해 말 직접 그리고 쓴 시화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9시.
충남학생교육문화원 3층에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을 위해 개설한 성인문해반 수업을 찾아가 봤다.
성인문해반을 찾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에겐 '배우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업을 해야 할 시기에는 먹고 사는 것이 바쁘고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의 기회를 놓쳤다.
이곳에 모인 어르신들은 한글읽기 등 기초 문해 과정을 거쳐 이제 중등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첫 수업인 국어수업이 시작됐다.
알록달록한 노트위에 주름진 손으로 오우가를 한 글자 한 글자 받아 적고 있다.
강사의 요청에 박판임씨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책을 짚어가면서 오우가를 읽어 내려갔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박씨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한 채 공장에서 청춘을 바쳤다. 이 곳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그 시절 서러움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행복이 쌓여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성인문해반 학생들은 한글을 익히고 늦은 배움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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