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수십억 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태일)가 10일 오후 진행한 김정규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에서 타이어뱅크 세무조사를 담당한 서울국세청 공무원 2명이 공동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타이어뱅크 세무조사팀 소속이었던 A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타이어뱅크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서를 파기한 광경과 김정규 회장이 이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말 타이어뱅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대전 본사를 방문했다. 직원들에게 김 회장의 거취를 물었으나 ‘아직 출근을 안 하신 것 같다’, ‘잘 모르겠다’는 등 대답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건물을 7~8층을 오가며 김 회장을 찾아다니다 불 꺼진 한 사무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회장실임을 알게 돼 문을 열어봤지만 잠겨있어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불응했다”고 말했다.
A씨는 “3시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고, 이곳에서 파쇄기 3대와 용지더미, USB조각을 발견했다. 컴퓨터 2대 분량의 하드디스크는 사라진 상태였다”며 “현장에 있던 직원들을 상대로 물었더니 김 회장이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의 문서 및 자료들이 파기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김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일부에 대한 결정적 증거였을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증거인멸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재판에 넘겨지기 전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던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한 정황은 인정되나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추징금도 모두 납부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미 증거인멸을 한 전력이 있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매우 안일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어, 향후 법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정규 회장을 비롯한 타이어뱅크 임직원 6명은 판매대리점 명의위장 수법을 이용해 80억 가량의 종합소득세 포탈 등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