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중국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등 지역을 달리하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공통점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다.”
이는 지난 2013년 ‘박경미의 수학콘서트 플러스’라는 책에 나오는 ‘나비효과’에 관한 대목이다. 저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으로 변신한 전직 홍대 수학과 박경미 교수다.
지난 주말 전국에 회오리를 일으켰던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폭발 화재 사건을 보면서 떠오른 화두가 바로 ‘나비효과’다.
사건을 돌이켜 보자. 지난 7일 풍등 하나가 바람에 실려 저유소 부근으로 떨어졌다. 그로 인해 불씨가 부근 잔디에 붙으면서 불이 번졌고, 18분여가 지나면서 불길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뻥~!”하는 폭발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정부의 긴급 안전문자가 핸드폰으로 거푸 전송됐고, 주변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경찰은 경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발화의 원인을 풍등으로 추정했고, 전날 인근 초등학교 캠프 행사에서 풍등을 날린 사실을 확인하면서 결국 스리랑카 출신의 한 청년을 실화의 주범으로 긴급 체포해 구속시켰다. 간단명료한 사건의 인과관계가 적힌 영화 시나리오 같은 수사일지다.
이를 거꾸로 되돌려 스토리를 재구성해보자. 한 외국청년은 초등학교 인근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호기심에 불을 붙여 멀리 고국을 향해 하늘로 날렸고, 높게 치솟은 풍등은 바람에 실려 두둥실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리고는 한참 후, 뻥~하는 폭발음과 함께 저유소 폭발화재가 발생했다. 폭발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고, 재산피해는 약 43억원에 이르렀다.
이것이 사건의 전모다. 이제 서울에서 예기치 않은 기후변화가 돌발하면, 당장 날개짓으로 악천후를 제공한 주범 나비를 찾아 지구 반대편 브라질로 원정 출동해야 할 판이다. 차마 씁쓸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한국판 최고의 블랙 코미디로,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