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가면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세한도
[그곳에가면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세한도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87) 문학마을도서관을 찾아내다
  • 굿모닝충청
  • 승인 2018.10.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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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봄꽃의 향기는 마치 첫사랑이 뿜는 열기 같아서 이것에 취한 사람은 흠뻑 달뜨고 설레 짐짓 부산스럽기까지 하다. 이에 반해 가을꽃인 국화가 바닥없이 깊은 하늘의 품을 차곡차곡 향기로 채우는 방법은 다르다. 처음은 아찔하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고, 사랑을 채우되 그 곰삭은 깊이를 따지게 만든다. 폭염이 지난 길을 태풍이 따라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파란 하늘로 가득 찬 가을의 순서. 온 나라가 이 가을을 즐기기 시작했다.

 

가을을 즐기는 방법 중 유림공원을 가득 채운 국화향에 안겨 차분하게 계절이 선사하는 오감을 느껴보는 일도 추천할만하다. 복잡한 생각도, 갈피를 찾지 못하던 마음도 내려놓고 그저 발길이 끄는 대로 공원을 헤매다보면 몇 그루 소나무 뒤에 숨은 작은 집을 하나 만난다. 흡사 도심 안에 숨어있는 세한도 한 폭에 든 듯하다.

이제 이모네 집 문을 열 듯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다. 아담하고 정갈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마음을 덥혀주는 밝은 책들이다. 이곳은 유성구에서 문을 연 개성 만점 작은 도서관 중 하나로 영어도서관, 과학도서관 다음으로 작년 10월에 문을 연 문학마을도서관이다. 갑천변, 유림공원의 한편에 숨어있는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도서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관장님을 찾았다. 시인이이면서 자원봉사로 이 자리에서 함께 시작한 관장님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총무님은 부끄러움이 많아 얘기 나누자는 말에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이때 나선 씩씩한 분. 오늘의 요일장(長)인 민희정 씨이다.

 

“요일장이요? 별거 아니에요. 문 열고, 닫고 하는, 요일마다 열쇠 맡은 사람이에요.”

그러나 그 요일에는 그 사람이 관장이라고 누군가 일러준다. 도서관을 소개하는 인터뷰도 요일장이 나서서 하지 않는가? 금요일 요일장인 민희정 씨는 작년 10월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함께 출발한 34명 자원봉사자 중 한명이다. 그리고 이 분야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재작년까지 3년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자원봉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 손을 놓을 때 즈음 가까운 곳에 문학마을도서관이 생기며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여기 자원봉사자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에요. 도서관과 관련된 자격증이 있거나 책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처음 한 달 동안 받은 교육은 사서와 관련된 교육이 아니라 자원봉사에 관한 교육이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지원하고 여기서 봉사하고 있어요. 1주일에 한번 내가 가능한 시간을 택해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또 하나 문학마을도서관의 특징은 특강과 동아리 활동이다. 특강은 평생교육원과 연계해 선생님들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특강을 하고 싶다고 신청하는 사람들 중에 분야가 특별하거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골라 진행하고 있다.

“시 강좌에서 사진 강좌까지 특강은 다양한데 자원봉사 하는 분들은 특강 잘 못 들어요. 특강을 문학방이 10명에서 15명이면 꽉 차는데 시민들이 신청해서 일찌감치 꽉 차버리거든요. 그래서 봉사자까지 순서가 잘 안 오는 거죠. 제 봉사시간이 특강시간하고 겹치기도 하고요.”

그래도 민 씨의 표정은 여유롭다. 책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아량일 것이다. 동아리 활동은 도서관과 잘 어울리는 독서 동아리가 주축이다. 주로 시니어들이 모여 나누는 독서 동아리가 주축이고 자수를 비롯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취미 동아리가 늘어가고 있다.

 

문학마을도서관의 주인은 물론 책을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자신이 주인인 이곳을 발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유림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길을 잃어 도서관을 찾아내기도 한다. 갑천변을 따라 걷다가 아담하게 숨어있는 예쁜 집이 궁금해 올라와보기도 한다. 작은 도서관이 궁금해 열심히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문학이 좋아 질을 묻는 이도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미적미적 들어오세요. 들어가도 돼요? 이렇게 물어보시죠. 그렇게 들어온 분들이 회원증을 만들면 다음부터 아이든 친구든 한명, 두 명, 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나세요. 이제 주말이면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와요. 도사관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도 빼놓을 수 없죠. 탁 트인 시야와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사람들과 가깝게 있잖아요.”

문학마을도서관을 이끌고 운영하는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가장 먼저 도서관을 채우고 있는 책을 관리한다. 책을 제자리에 있게 하고 책을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특강을 운영한다.

 

“보람요?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하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가끔 힘든 일이 없지는 않지만 다 책들 좋아하고 이 공간을 사랑해서 온 분들이라 잘 유지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는 처음 34명이 그대로 같이 하고 있죠. 봉사자들끼리 서로 좋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즐거워요.”

지금 문학마을도서관은 10월 21일 첫 번째 생일을 준비하고 있다. 행사도 작은 도서관답게 작고 뜻 깊다. 먼저 빼놓을 수 없는 일이 생일 케이크이다. 이렇게 봉사자들이 모여 도서관의 첫 생일을 축하하고 함께 만든 영상물을 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볼 계획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특강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동아리들은 자신들의 결과물을 전시하면서 나름의 시간을 축하할 것이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봉사자들과 관장님, 총무님 모두가 모여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의견을 모아보고 평생교육원에서 추천받기도 하고 다른 도서관의 좋은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기도 해요. 계획이라고 해서 크고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작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에요.”

문학이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고 그래서 내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일이다. 돌아보고 또 내다보는 삶은 가을 들판처럼 풍성하다. 풍성한 사람들이 문학마을도서관에 모이면서 도서관도 풍성해지고 있다.

이 가을 어느 오후, 산책을 하다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세한도의 집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을 밀고 세한도 안으로 들어가 볼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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