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광주·제주는 되는데 대전은 왜 안 돼?
[김선미의 세상읽기] 광주·제주는 되는데 대전은 왜 안 돼?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10.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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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시민참여단 참여하자고 권유하는 SNS

“1차모임 : 대전시청 10/6(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차모임 : 대전광역시 인재개발원 10/20(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사례비는 2차 토론회 후 10일 이내 개인 계좌로 20만원 지급됩니다.
이렇게 안내 해 주시면 됩니다.
현재 19세~39세 남, 여 서구, 중구, 동구, 대덕구, 유성구
40세~59세 남, 여 서구, 중구, 동구, 대덕구, 유성구
여유가 남아 있습니다.
함께 가실분 있으시면 부탁 드려요.“

공정성 문제돼 새로 시작한 월평공원 공론위 마저 공정성 시비

누가 봐도 어떤 모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영락없이 모임에 참석할 ‘알바생’을 구하는 모집 광고다. 내용만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애초 인원을 다 못 채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누군가에게 알바비 20만원 줄 테니 같이 가자는 권유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바생’ 모집 광고가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모집’에 함께 갈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다. 1.2차 모임은 ‘시민토론회’ 일정이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론화’. 대전시 최대 갈등 현안 중 하나로 찬·반 논란이 격렬한 월평공원 아파트 개발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선 7기 허태정 시장이 내놓은 해결방안이다.

숙의형 공론화의 핵심은 대표성과 공정성을 가진 시민참여단 구성이다. 시민참여단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이 의심받거나 무너지면 사실 공론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결과에 대해 찬반 양측 모두 나름의 불만은 있을지언정 모두 불복하지 않고 승복한 것은 절차의 공정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월평공원 공론위 유선전화만으로 참여단 선정해 논란 자초

하지만 잘못 꿴 첫 단추로 숱한 갈등 끝에 공론화라는 돌파구를 찾은 ‘월평공원 공론화 과정’은 첫걸음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대표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시민참여단 모집 방식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 되며 벌써부터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일 진행된 1차 토론회는 개발 반대 측의 불참으로 반쪽으로 진행됐다.

문제가 된 것은 시민참여단 200명 전원을 유선전화(집전화)RDD방식으로 선정한 부분이다. 유선전화만으로 모집단을 추출할 경우 대표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 여론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각종 선거여론 조사도 유·무선 전화를 병행하고 있다.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는 유선전화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이 방법을 고수한 것에 대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로부터 지역별 무선전화번호(안심번호)를 받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제주·광주 재난문자 무선번호 이용, 퓨마 탈출 알린 대전은 외면

하지만 이 같은 대전 공론위의 주장은 궁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선관위의 무선전화번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대전만이 아니다. 전국이 동일하다. 하지만 타 지역은 공론화 시민참여단 모집에 유·무선 전화를 함께 사용했다.

최근 영리병원 허가를 놓고 실시한 제주도의 도민참여형 조사 숙의토론회는 무선전화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제주도의 공론조사는 지역 차원의 현안에 대한 공론화로는 처음이다. 무선전화번호는 제주도청이 보유한 자연재난에 대비한 무선전화 명단(약 10만개)을 모집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놓고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는 광주시의 경우도 유선RDD·무선 방식을 혼용해 1박 2일 숙의 프로그램 참여 여부까지 묻는다고 한다.

 

공론위 신뢰성 문제없다는 유선전화도 ‘알바동원’ 의심까지

퓨마가 동물원을 탈출했을 때도 문자 서비스를 했던 대전은 왜 이런 방법을 활용하지 않을까? 이는 대전시와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가 절차의 공정성과 모집단의 대표성을 너무 가볍게 여겼거나 아니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전시민을 대표하는 표본(Sample)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공론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가능한 일을 왜 대전만 외면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공론위가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 유선전화 표본 추출도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SNS에 올라온 ‘시민참여단 참여 권유’에 대해 대전시와 공론위는 답해야 한다.

어쩌다 이런 글이 SNS에 올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됐는지, 내용이 가짜인지, 사실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SNS 내용이 사실이라면, 설령 이를 통해 단 한명도 모집하지 않았다 해도 이 자체만으로도 이미 시민참여단 모집의 대표성,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결론 도출돼도 최악의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상황 올 수도

이처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어떤 결론을 도출한다 해도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월평공원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담보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민관협의체가 추진하던 공론화 과정이 허태정 시장의 지시로 새로운 공론화위원회 구성으로 체계가 바뀐 것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시 시민참여단 대표성과 절차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허 시장은 파행에 대해 아쉽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공정성이 문제가 돼 다시 시작한 공론화 과정이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기는커녕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해 향후 시정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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