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도, 목적지도 있는데 정작 타고 갈 배가 없다?
어쩌면 이 얘기는 대전시의 ‘융합연구혁신센터’ 사업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
대전시는 지난해 3월부터 지역기업의 기술사업화 등을 위한 융합연구혁신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유성구 도룡동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계획됐다.
문제는 사업 핵심인 대덕과학문화센터를 두고 소유주와 건축주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소유주 목원대는 지난 2015년 H업체에게 이 땅을 매각했으나 H업체가 잔금을 치르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 목원대가 건축허가 양도권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은 H업체 손을 들어줬다.
소유는 목원대이지만 사업권(건축허가)은 여전히 H업체가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이미 융합혁신센터의 국비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아직 부지 확보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더구나 목원대는 정확한 매각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대전시가 축포만 거창하게 터뜨려놓은 게 아니냐”는 눈총도 제기된다.
선제적 행정일까? 아니면 밑그림만 거창하게 그린 것일까?
15년 째 방치된 대덕과학문화센터. 이제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대덕과학문화센터가 위치한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서의 각종 개발 사업은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왔다.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쾌적한 연구 환경을 원해서다.
그럼에도 도룡동은 대전 부촌의 상징이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여겨져 개발사업만 추진되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대덕특구에서 8년 만에 분양한 ‘도룡SK뷰’(도룡동3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90만원이었다. 당시 대전 역사상 최고 분양가임에도 평균 73.7대 1의 경쟁률를 기록, 많은 시민들이 눈독을 들였다.
지난달 분양한 일명 ‘옛 교수아파트 재건축 사업’인 ‘도룡포레미소지움’ 역시 평균 83대 1 경쟁률을 보여 뜨거운 관심을 얻어냈다.
이외의 사업들은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예가 도룡동 옆 매봉산(유성구 가정동 산8-20번지)에서 추진되는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이다.
올 3월 대전시 도시공원회위원회가 비공원시설 면적 축소, 생태축 확장 등의 내용으로 이 사업을 삼수 끝에 조건부로 가결시켰다.
따라서 사업시행자 매봉파크피에프브이(주)는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 공원지정이 해제되는 매봉공원에 아파트와 공원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그러자 대덕특구 16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구성된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은 “대전시는 매봉산과 대덕특구 등 대전의 미래가치를 보장하는 도룡동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H업체가 추진했던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의 오피스텔 건립 사업도 큰 반발을 초래했다.
H업체가 건축허가를 받은 직후인 지난 2016년 3월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위원회’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정체성을 흐리는 무분별한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특구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며 대전시와 유성구에 건축허가 취소를 촉구한 바 있다.
부정적인 반응은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쾌적한 연구 환경을 원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도룡동은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로 대전 부촌의 상징이다.
실제로 올 대전시 주택 개별공시지가 기준 대전 최고가 단독주택(10억 5000만원)과 기타주택 (59억 7000만원)은 모두 도룡동에 위치해 있다.
대전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한남동 등 고급 주택 밀집지는 부동산 개발을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도 기대하지 않은데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도룡동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