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수백명 학살 참사… 아기들 무덤가 인형의 ‘눈물’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수백명 학살 참사… 아기들 무덤가 인형의 ‘눈물’
    화해와 평화의 땅 제주도 ⑤ 4.3사건의 성지 북촌 다크투어리즘
    • 김형규 자전거 여행가
    • 승인 2018.10.20 15: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촌 너븐숭이 4.3 위령성지의 중심인 너븐숭이기념관.
    북촌 너븐숭이 4.3 위령성지의 중심인 너븐숭이기념관.
    제주 북촌 4.3길 안내도.
    제주 북촌 4.3길 안내도.

     

    [굿모닝충청 김형규 자전거여행가] 제주공항에서 성산포방향으로 일주동로를 따라 20㎞쯤 가다보면 함덕을 지나자마자 도로변에 북촌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를 끼고 북쪽샛길로 들어가면 쪽빛바다가 활짝 펼쳐진 북촌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함덕의 앞바다가 여름철 물놀이에는 제격이지만 제주 어촌마을의 잔잔한 풍미를 담은 곳이 북촌포구다.

    이 일대에 살던 주민들은 4.3사건에 모진 고초를 겪었다. 최근에 와서야 주민들은 정부지원으로 너븐숭이기념관을 만들고 ‘제주 조천 북촌마을 4.3길’이라는 루트를 개척해 이 일대에서 벌어졌던 아픈 과거를 재조명하고 있다.

    북촌초등학교에 세워진 비석에는 북촌학살 진상을 밝히고 평화시대의 산교육장으로 거듭나자는 글이 새겨져 있다.
    북촌초등학교에 세워진 비석에는 북촌학살 진상을 밝히고 평화시대의 산교육장으로 거듭나자는 글이 새겨져 있다.

     

    조천읍 동쪽 끝 해변에 자리잡은 북촌리는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운동가가 많아 해방후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됐던 곳이라고 한다. 정부와 선거문제로 갈등을 빚던 중 1947년 8월 전단을 붙이던 주민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듬해에는 무장대에 의해 경찰관 2명이 북촌포구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급기야 1949년 1월17일 마을에 있던 남녀노소 300여명이 북촌초등학교로 끌려와 한날한시에 희생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북촌리학살은 4.3사건 당시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북촌초등학교운동장 모퉁이에 세워진 석물에는 당시 학살의 전말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집결한 주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데 이어 인근 당팟과 옴팡밭으로 끌고가 방아쇠를 당겼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집이 불에 타 함덕으로 쫓겨나고 북촌초등학교는 이 사건으로 개교 7년만에 폐쇄됐다. 학교는 폐교된 지 2년9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학업이 단절된 당시 재학생 216명은 53년만에 눈물의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일제시대 북촌포구 서우봉에 구축된 동굴진지.
    서우봉 일제진지동굴로 가는 오르막길.
    서우봉 일제진지동굴로 가는 오르막길.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인형이 놓여있다.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인형이 놓여있다.

     

    비문은 ‘북촌초등학교는 그날의 참상을 말끔히 씻고 후학양성의 산실로 우뚝 서서 70년의 새역사를 열어가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 

    서우봉-환해장성-가릿당-북촌포구-낸시빌레-꿩동산-포제단-마당궤-당팟-정지퐁남기념비로 이어지는 북촌마을 다크투어는 모두 7㎞에 달한다. 이 루트에는 4.3사건뿐만 아니라 일제의 수탈과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등 파란만장했던 제주도의 흔적이 남아있다. 서우봉에는 일제의 강제동원에 의해 파놓은 20여개의 진지동굴이 산재해 있다. 현장을 보기 위해서는 정글과도 같은 미로에 다리품을 팔아야 하지만 몬주기알이라 부르는 해안 절벽아래 펼쳐지는 북쪽 망망대해와 북촌포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다.

    서우봉에서 내려다본 북촌포구.
    서우봉에서 내려다본 북촌포구.
    당팟 학살현장.
    당팟 학살현장.
    당팟 옆에 세워진 조선시대 제주목사 선정비에는 학살 사건 당시 총탄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당팟 옆에 세워진 조선시대 제주목사 선정비에는 학살 사건 당시 총탄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당시 제주도의 돌로 축성된 북촌 환해장성.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당시 제주도의 돌로 축성된 북촌 환해장성.

     

    지금도 바닷가에 흔적이 남아 있는 환해장성은 고려시대 여몽 연합군에 반기를 든 삼별초 군사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 군사들에 의해 축조된 성으로 보인다. 환해장성 역시 고려군사의 강압에 못이겨 마을주민들이 강제동원됐으리라.

    북촌포구 앞에는 다려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주민들은 토벌대를 피해 이곳에 숨었다. 낸시빌레는 1948년 12월 16일 북촌리 민보단원 24명이 총살된 곳이다.

    너븐숭이는 아기들의 돌무덤이 매장 상태로 그대로 남아있다. 앙증맞은 인형들만이 수십년간 돌무덤 아래 외로이 묻혀있을 아기들의 벗이 돼주고 있다.

    북촌의 학살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에 잘 잘 드러나 있다. 이데올로기적인 창작의 자유가 제약받던 군부독재시절, 그것도 4.3사건이 좌익분자들의 난동으로 인식됐던 시기에 ‘순이삼촌’과 같은 소설을 발표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 번민 끝에 제주도에서 태어난 작가적 양심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형규

    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진교영 2018-11-03 14:03:37
    이렇게 먹먹하고 가슴시린 아픈과거가 있다는게 울분마져 토하게 만듭니다
    국가가 모든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파헤쳐서 요소요소에 적적한 할 도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JC 2018-10-30 22:30:59
    제주도에 여러번 다녀왔어도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는줄은 잘 몰랐네요. 여행도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여유를 갖아야겠네요.

    정진일 2018-10-21 11:04:54
    4.3역사 고맙습니다

    강대환 2018-10-21 10:55:35
    제주도 여러번 갔지만 이런곳이 있는줄은...
    담엔 꼭 가봐야 겠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