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
[어르신 고민 Q&A]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
  • 임춘식
  • 승인 2018.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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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요새 젊은이들이 노인을 너무 폄훼하고 있어 속상합니다. 우리는 젊어 봤지만 젊은이들은 늙어 보지 못했잖아요? 언젠가는 노인이 될 건데 말입니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A. 흔히 노년(老年)을 상실 세대라 말합니다. 상실 당하기 전에 버릴 것은 스스로 버리는 게 좋습니다.

이제 부터라도 인생의 배낭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인생의 종착역엔 1등실, 2등실이 따로 없습니다.

60대는 직업의 평준화, 70대는 건강의 평준화. 80대는 생명의 평준화라고 말합니다.

낙(樂)이 없는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연명일 뿐입니다. 등산의 쾌감을 흔히들 마운틴 올가즘이라고 합니다. 등산이던 무슨 취미든 최고의 낙이 올가즘이 아닌가요? 살아있을 동안에 올가즘을 최대한으로 누리다 가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입니다.낙이 없는 인생은 권태의 연속뿐입니다.

똑같은 소금도 대상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집니다. 미역에 뿌리면 팔팔하게 살아나지만, 배추에 뿌리면 시들시들 죽어버립니다. 똑같은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를 생산하고, 뱀이 먹으면 독을 생산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겁게 사는 사람은 즐거울 낙이요 불평하고 사는 사람은 괴로울 고(苦)로 바뀌어 집니다. 인생의 배낭 속에 즐길 낙 하나는 꼭 들어 있어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고령사회’란 화두가 세상에 나온 지도 아마 족히 20년이 되었습니다. 노인 대책은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습니다. 더불어 선진국 모범 사례도 수두룩합니다. 이제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 돈이 없기도 하겠지만 진짜 이유는 노인들의 처지를 ‘나의 미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감각 탓입니다.

누구나 머지않아 노인이 됩니다. 나도 곧 고독한 노인이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지 않고선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누구나 머지않아 노인이 됩니다.

‘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는 시가 있습니다. 저자 조옥현은 교직생활 33년을 마감하고 정년퇴임한 후 틈틈이 쓴 일기의 일부를 엮은 것인데. 그의 일기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여 줍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양새가 초라하고 불쌍하다무상(無常)한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젊은 사람들이나 어린 사람들이 상대해 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된다.고함이라도 쳐서 저항하고 싶다.전화벨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하루 종일 견디기 힘든 시간이 그렇게 가고 있다”

인생이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 앞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젊음은 늙음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은 진행형 미래입니다. 때문에 노인을 외롭게 만들지 말아야할 의무도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노인 스스로가 알아서 외로운 길로 가고 있습니다.

노인이 어쨌다는 거냐? 젊은이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지금의 60대에서 80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의 노인들은 먹고 싶은 것 있어도 먹지 않고 쓰고 싶은 것이 있어도 쓰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저축하고 하여 이 나라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게끔 노력한 세대입니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 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가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1961-  )의 단편 ‘황혼의 반란’의 줄거리입니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을 통해 노인들을 부담스럽고 성가신 존재로만 간주하려는 세태를 통렬히 고발하고 있습니다.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극단적이고 과장된 묘사가 아니더라도 노인 문제는 선진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정부로선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세계에서 고령사회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들어간 데 이어 2018년에는 14.2%를 웃돌아 고령사회가 되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기간이 17년에 불과해 프랑스(115년), 미국(75년), 영국·독일(45년), 일본(26년) 등 선진국들보다 훨씬 빨랐지만 이에 대응할 정부의 대책은 미비합니다. 모두가 노인들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주인공 프레드 노인은 진압군에 붙잡혀 안락사를 당하면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저주와도 같은 한 마디를 남깁니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

인생이 길어 보여도 잠시 잠깐입니다. 노인이 되면 알게 될 것입니다. 노인을 폄하하면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노인이 되어 폄하 받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일단 태어난 사람은 예외 없이 누구나 다 가난하던 부자든 지위가 높건 낮건 예외 없이 나이를 먹으면서 노인으로 변해 갑니다.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으면서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노인으로 늙어 가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늙더라도 반듯하고 곱게 늙어야 합니다. 어쨌든 노인 문제는 결국 언젠가 노인이 될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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